[Free!/마코하루/真遙] 浸蝕 vol.3 (side. 真琴)
마코토가 우는 모습 보고 싶어. 그냥 징징거리는거 말고 진짜 가슴 아파서 우는거.
그리고 내 손은 고자여서 H는 쓰지 못하고...ㅠㅠ
캐라 설정 파괴 여전히 있음.
人魚姫
昔々、人間の王子様を愛してしまった人魚姫の悲しい恋の物語
小さい頃、初めてこの話を聴いた時、どうしてもよくわからないところがあって、
『ママ、海の魔女さんは人魚姫が好きだったの?』
『え?』
『だって、人魚姫の声が欲しいって』
『それはね、魔女さんが悪い人だからだよ』
―――――――――魔女は悪い?
인어를 보았다.
빠르게 푸른 물살을 가르는 유연한 몸놀림이 무척 아름다워 멍하게 서서 홀린 듯 바라보았다.
『どうしたの?真琴』
『ママ、人魚がいるよ?あそこ』
『何言ってるのよ、この子ったら』웃으며 잡고 있는 손을 이끄는 모친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계속 헤엄치는 인어에게 고정되어있었다. 하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광경이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人魚と友達になりました
.
.
浸蝕 vol.3 (side. 真琴)
「ハル?ハル?!」
몇 번 불러도 응답이 없다. 팔 안에 안긴 채 축 늘어진 몸은 흠뻑 젖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웠다.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다. こんなになるまで必死だった? 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行くな!真琴…』
몇 번이고 반복되어진 하루카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꾹꾹 찌르는 듯한 작은 아픔이 기분 좋아 가벼운 한숨과 함께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本当に――――――大好きだよ、ハル」
조그만한 중얼거림은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품 속의 소년에게는 닿지 않았다. 마코토는 한 손을 하루카의 무릎 뒤쪽에 대고 다른 한 쪽 팔로 어깨를 감싸 안아올렸다. 하루카의 의식이 없는 데다가 흠씬 젖어있는 몸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울 터 였지만 마코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안아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방바닥에 조심스레 하루카를 눕히고 다시 이마를 짚어본다. 確かに熱は高いけど…ハルは子供じゃないし病院までは行かなくてもいいか…중얼거리며 일어나 방을 나가, 커다란 목욕타월 여러 장과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숫대야 등 이것저것 챙겨서 들어왔다. 들고 온 것들을 옆에 내려두고 하루카의 교복셔츠에 손을 뻗었다. 단추도 제대로 잠겨있지 않는 데다 빗길에 넘어진건지 진흙 투성이다. 시선을 옮겨보니 바지도 마찬가지. 반팔 셔츠 아래로 뻗은 하얀 팔에도 새빨간 생채기가 군데군데 생겨있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는데. 좀더 천천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했는데―――――――――왕자의 등장은 이 마저도 용서하지 않았다. 뇌리에 떠오르는 과거의 한 장면을 떨쳐버리려는 듯 마코토는 머리를 가로로 저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능숙한 손놀림으로 젖어서 하루카의 몸에 딱 달라붙은 셔츠를 조심스레 벗겨내었다. 그리고 속옷과 함께 바지도.
바닥에 누워있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하얀 나신에 마코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수영부의 연습 등으로 조금 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얗다. 가슴 속에 거무칙칙한 감정이 끈적하게 스며든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まだ…まだ駄目だ」
마른 목욕 타월을 들고 젖어 있는 하얀 몸을 닦기 시작했다. 쌍둥이 동생들 덕분에 고열의 환자를 다루는 건 익숙했다. 머리부터 목 어깨 팔 가슴 배로 차례차례 정성스레 말끔하게 닦아내려갔다. 간간이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는 하루카의 뺨을 쓰다듬으며 「大丈夫だよ、ハル。薬飲ませてあげるからもうちょっと待ってね」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득 타월을 쥔 손이 멈추었다. 열에 축 늘어진 치부가 가감없이 드러나있다. 힘 없이 늘어져있는 그 것은, 눈의 착각인지 엹은 핑크빛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 한 손으로 살포시 감싸쥐자 열기를 띈 보드라운 감촉이 손바닥 안으로 기대어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랫도리에 뜨거운 피가 몰리는 느낌에 마코토는 얼른 손을 떼고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아직 아니야. 좀더 좀더 깊숙한 곳까지 떨어져 줄 때까지, 좀더 깊숙이 스며들어 완전히 물들 때까지. 마치 주문처럼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다시 하얀 가랑이 부터 시작해서 발가락 끝까지 정성껏 물기를 닦아내었다.
진흙과 물기로 더러워진 타월을 옆으로 제쳐두고 하루카의 상체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호흡은 아까보다 조금 진정되어있었지만 열은 여전히 높았다. 한 손으로 챙겨 들고온 물건들을 뒤져 생수병과 해열제를 찾아 들었다. 차가운 생수를 입에 머금고 하루카의 입술을 살짝 벌려 입술을 엇갈리게 포개어, 목 안쪽으로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었다. 두차례 그렇게 물을 먹인 후 해열제를 물과 함께 머금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물과 함께 해열제를 혀로 하루카의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열 때문인지 와닿는 혀가 뜨겁다. 가볍게 혀를 얽었다가 이내 입술을 떼내었다. 투명한 은색 실이 길게 늘어진다. 좀더 그 작은 입안을 범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지만 꾹 참고 하루카의 몸을 안아올렸다. 가슴에 닿는 뜨거운 숨결이 간지럽다.
침대에 눕힌 하루카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보였다. 얇은 여름 이불을 반쯤 덮어주고 새 수건과 세숫대야를 침대가로 가져와 수건을 미지근한 물로 적셨다. 그새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힌 하얀 이마를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낸다.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던 체온계의 삐삐ㅡ하는 소리가 빗소리가 가득한 방에 작게 울려퍼졌다. 마코토는 체온계를 빼내어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38.8도.
「まだ高いな…」
해열제를 먹였으니 곧 어느정도 안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방으로 가서 얼음주머니를 만들었다. 얇은 수건으로 감싼 그것을 이마위에 몇분간 올렸다가 다시 미지근한 수건으로 머리와 상체를 닦아주기를 몇 번 반복하였다. 그러던 중 팔과 손에 군데군데 생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다리에도..이불을 걷어올리자 무릎에도 멍자국이 몇군데 하얀 피부를 퍼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간 울컥 죄책감과 닮은 감정과 함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다시금 떠올랐다.
.
.
―――――――――王子様が帰ってきた
폐쇄된 수영클럽에서 붉은 기가 감도는 옛 친구를 만났을 때의 그 기분 나쁜 두근거림을 잊을 수가 없다. 어딘가 변해버린 옛 친구를, 하루카의 시선이, 온 신경이 쫓고 있다는 건 곁에 있던 마코토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이 무겁게 짓눌러왔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나기사의 수영부를 만들자는 제안에 하루카는「別に、好きにしろよ」한마디로 수락해버렸다.
그리고 사사베 코치로부터 모르고 있었던 하루카와 린의 과거 얘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뒷통수를 세게 강타당하는 기분을, 마코토는 느꼈다. 하루카가 경영을 그만둔 이유가 린 때문이라는 것보다도 지금껏 그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하루카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人魚姫は王子様に恋をしました
린에게 전화를 걸어 메세지를 남겼다. 하루와 함께 수영부를 만들었다고. 너도 수영부에 들어가라고.
왕자님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공주는 결국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ㅡその泡をも掻き集めて閉じ込めよう
마녀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 날. 우연히 보고 말았다.
하루카를 거칠게 펜스로 밀치는 린의 손.
『いーや。お前は俺のために泳ぐんだ』
린의 말에 하루카의 눈동자가 크게 동요했다. 잠깐의 침묵 후 하루카가 린의 팔을 붙들고
『だったら。ひとつ約束しろ。俺に負けても水泳をやめるとか言うな。醜態を晒すな。負けても泣くな』
린을 말을 부정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말. 망설임 없는 눈동자. 린이 뭐라고 대꾸를 했지만 이미 마코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숨통을 죄어오는 느낌에 구토감이 일었다. 쓰디쓴 침을 삼켰다.
ㅡずっと傍で一緒にいて見守っていたのは俺だ。なのにどうして
왕자님은 일순간에 인어공주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그 정도는 각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자님이 인어공주의 존재를 인식해버리면ㅡ언젠가 봤던 인어공주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바다의 마녀를 물리친 왕자님과 인어공주의 해피엔딩. 동화와는 다른 결말.
꽈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ㅡたとえ、人魚姫が泡になって壊れることになるとしても、それだけは許せない。許さない。
순식간에 시커먼 감정이 온 몸에 차올라왔지만, 꿀꺽 삼켜 밀어넣었다.
첫 만남의 장면이 마코토의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되었다. 푸른 수영장에서 유영하는 하루카의 모습은 어린 눈에 무척 신성하고 아름다워보였다. 마치 동화책 속에 헤엄쳐나온 인어공주처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화책 속의 왕자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카의 왕자님은 린이었다.
왕자님이 떠났다. 왕자님이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욕심은 점점 부풀어올라 독점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가 마코토에게 있어 그런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좀더 천천히. 좀더 부드럽게
하루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루카가 상처 입지 않도록.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돌연 나타난 왕자님은 너무나도 손쉽게 인어공주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날 밤 밤새 소리 없이 울었다. 초조함과 분함, 슬픔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공들여서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소리도 없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금씩 가까워지던 유일한 존재가 한순간에 저 멀리 떠나버리는 듯한 환상에 떨려왔다.
「ねぇ、ハルは……どうすれば手に入れられるの?」
응답이 돌아올리 없는 물음은 허무하게 맴돌다가 사라져버린다.
커튼으로 희끄무레한 빛이 비쳐들 쯔음. 한차례 울고 나니 점점 머릿속이 차가워져왔다. 억지로 감정을 이성으로 전환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魔女は賭けに出ました
부친을 설득했다. 원래부터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했고, 기회도 열려 있었다. 다만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마을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를 설득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쌍둥이들은 아직 어려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미 고교생인 마코토에게는 지금 시기에 유학은 힘들거라 여겨서 단념하고 있던 터라 당사자로부터의 설득은 금새 그 효과를 발휘하였다.
『俺はここに残ります、父さん、母さん』
여기에는 처음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하루카의 얘기를 해가며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승락을 받았다. 무대는 만들어졌으니,
도박을 걸었다.
―――――――――もし賭けに負けたら
눈 앞에 뻗어있는 두갈래의 길을 칩으로.
하루카가 존재하는 미래
하루카가 존재 하지 않는 미래
앞으로 걸어가야 할 두갈래의 미래를 칩으로 걸고.
―――――――――もし賭けに負けたら俺が泡になって消えるよ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수영부원들에게 반쪽짜리 거짓말을 했다. 나기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학 얘기를 들은 하루카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하루카는 평소 포커페이스인 만큼 표정에서 감정의 기복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곁에 함께 있어 온 마코토에게는 그냥 일상의 한부분이었다. 조금씩 얼굴빛이 창백해져가는 그를 보며ㅡ하루카에게는 미안하지만ㅡ안도감과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쇼크를 받은 반동으로 날이 선 하루카의 말에 상처받은 듯한 모습도 보이면서 하루카를 뒤흔들었다.
오늘 아침 하루카가 집으로 찾아왔을 때도 실은 마코토는 집에 있었다. 살짝 열린 커튼밖으로 하루카가 자신의 이름을 몇번이고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따끔따끔한 가슴 통증과 함께 얼굴에 메마른 미소가 피었다.
『探しに来てくれたんだね、ハル。俺とても嬉しい。でもそれではまだ足りないよ』
아무도 없는 집 안에 마코토의 중얼거림만이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오늘 밤.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현관문 밖에 나타난 하루카는 궁지에 몰린 사람마냥 절박한 표정으로 매달려왔다.
「行くな!真琴…行くな行くな」
가슴에 안긴 채 목 멘 목소리로 몇번이고 반복되는 그 말이 심장 박동을 빠르게 가속 시켰다. 품 속의 소중한 존재를 힘껏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행여나 더 부서져버릴까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드디어 겨우 손이 닿았다. 겨우 뒤를 돌아봐주었다.
.
.
「ねぇ、ハル」
달콤하고 상냥한 목소리.
하얀 팔을 들어 새겨진 빠알간 생채기에 입술을 맞추어 가볍게 빨아올렸다. 익숙한 달콤한 체취와 함께 약간 비릿한 피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같은 행위를 반복해간다.
「もっと落ちてきて」
이제는 숨결이 많이 진정된 얼굴로 다가가 살포시 입술을 맞추었다.
「大好きだよ?ハル」
창 밖에는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ね、ハルちゃんは海の魔女が嫌いなの?
―――――――――別に嫌いじゃない
―――――――――そうなの?
―――――――――うん
(つづき 次で終わり)
인어공주
옛날 옛적에, 인간의 왕자님을 사랑해버린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
어렸을 때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는 곳이 있어서,
『엄마, 바다의 마녀는 인어공주를 좋아한거야?』
『에?』
『인어공주의 목소리가 갖고 싶다고 그러잖아요』
『그건말야, 마녀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마녀는 나빠?
인어를 보았다.
빠르게 푸른 물살을 가르는 유연한 몸놀림이 무척 아름다워 멍하게 서서 홀린 듯 바라보았다.
『왜그러니, 마코토?』
『엄마, 인어가 있어! 저기』
『何言ってるのよ、この子ったら』웃으며 잡고 있는 손을 이끄는 모친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계속 헤엄치는 인어에게 고정되어있었다. 하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광경이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인어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
.
浸蝕 vol.3 (side. 真琴)
「하루?하루?!」
몇 번 불러도 응답이 없다. 팔 안에 안긴 채 축 늘어진 몸은 흠뻑 젖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웠다.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다. こんなになるまで必死だった? 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가지마! 마코토…』
몇 번이고 반복되어진 하루카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꾹꾹 찌르는 듯한 작은 아픔이 기분 좋아 가벼운 한숨과 함께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좋아해, 하루」
조그만한 중얼거림은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품 속의 소년에게는 닿지 않았다. 마코토는 한 손을 하루카의 무릎 뒤쪽에 대고 다른 한 쪽 팔로 어깨를 감싸 안아올렸다. 하루카의 의식이 없는 데다가 흠씬 젖어있는 몸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울 터 였지만 마코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안아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방바닥에 조심스레 하루카를 눕히고 다시 이마를 짚어본다. 確かに熱は高いけど…ハルは子供じゃないし病院までは行かなくてもいいか…중얼거리며 일어나 방을 나가, 커다란 목욕타월 여러 장과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숫대야 등 이것저것 챙겨서 들어왔다. 들고 온 것들을 옆에 내려두고 하루카의 교복셔츠에 손을 뻗었다. 단추도 제대로 잠겨있지 않는 데다 빗길에 넘어진건지 진흙 투성이다. 시선을 옮겨보니 바지도 마찬가지. 반팔 셔츠 아래로 뻗은 하얀 팔에도 새빨간 생채기가 군데군데 생겨있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는데. 좀더 천천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했는데―――――――――왕자의 등장은 이 마저도 용서하지 않았다. 뇌리에 떠오르는 과거의 한 장면을 떨쳐버리려는 듯 마코토는 머리를 가로로 저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능숙한 손놀림으로 젖어서 하루카의 몸에 딱 달라붙은 셔츠를 조심스레 벗겨내었다. 그리고 속옷과 함께 바지도.
바닥에 누워있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하얀 나신에 마코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수영부의 연습 등으로 조금 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얗다. 가슴 속에 거무칙칙한 감정이 끈적하게 스며든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아직...아직 안돼」
마른 목욕 타월을 들고 젖어 있는 하얀 몸을 닦기 시작했다. 쌍둥이 동생들 덕분에 고열의 환자를 다루는 건 익숙했다. 머리부터 목 어깨 팔 가슴 배로 차례차례 정성스레 말끔하게 닦아내려갔다. 간간이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는 하루카의 뺨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하루. 약 먹여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득 타월을 쥔 손이 멈추었다. 열에 축 늘어진 치부가 가감없이 드러나있다. 힘 없이 늘어져있는 그 것은, 눈의 착각인지 엹은 핑크빛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 한 손으로 살포시 감싸쥐자 열기를 띈 보드라운 감촉이 손바닥 안으로 기대어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아랫도리에 뜨거운 피가 몰리는 느낌에 마코토는 얼른 손을 떼고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아직 아니야. 좀더 좀더 깊숙한 곳까지 떨어져 줄 때까지, 좀더 깊숙이 스며들어 완전히 물들 때까지. 마치 주문처럼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다시 하얀 가랑이 부터 시작해서 발가락 끝까지 정성껏 물기를 닦아내었다.
진흙과 물기로 더러워진 타월을 옆으로 제쳐두고 하루카의 상체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호흡은 아까보다 조금 진정되어있었지만 열은 여전히 높았다. 한 손으로 챙겨 들고온 물건들을 뒤져 생수병과 해열제를 찾아 들었다. 차가운 생수를 입에 머금고 하루카의 입술을 살짝 벌려 입술을 엇갈리게 포개어, 목 안쪽으로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었다. 두차례 그렇게 물을 먹인 후 해열제를 물과 함께 머금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물과 함께 해열제를 혀로 하루카의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열 때문인지 와닿는 혀가 뜨겁다. 가볍게 혀를 얽었다가 이내 입술을 떼내었다. 투명한 은색 실이 길게 늘어진다. 좀더 그 작은 입안을 범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지만 꾹 참고 하루카의 몸을 안아올렸다. 가슴에 닿는 뜨거운 숨결이 간지럽다.
침대에 눕힌 하루카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보였다. 얇은 여름 이불을 반쯤 덮어주고 새 수건과 세숫대야를 침대가로 가져와 수건을 미지근한 물로 적셨다. 그새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힌 하얀 이마를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낸다.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던 체온계의 삐삐ㅡ하는 소리가 빗소리가 가득한 방에 작게 울려퍼졌다. 마코토는 체온계를 빼내어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38.8도.
「아직 높네…」
해열제를 먹였으니 곧 어느정도 안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방으로 가서 얼음주머니를 만들었다. 얇은 수건으로 감싼 그것을 이마위에 몇분간 올렸다가 다시 미지근한 수건으로 머리와 상체를 닦아주기를 몇 번 반복하였다. 그러던 중 팔과 손에 군데군데 생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다리에도..이불을 걷어올리자 무릎에도 멍자국이 몇군데 하얀 피부를 퍼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간 울컥 죄책감과 닮은 감정과 함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다시금 떠올랐다.
.
.
―――――――――왕자님이 돌아왔다
폐쇄된 수영클럽에서 붉은 기가 감도는 옛 친구를 만났을 때의 그 기분 나쁜 두근거림을 잊을 수가 없다. 어딘가 변해버린 옛 친구를, 하루카의 시선이, 온 신경이 쫓고 있다는 건 곁에 있던 마코토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이 무겁게 짓눌러왔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나기사의 수영부를 만들자는 제안에 하루카는「別に、好きにしろよ」한마디로 수락해버렸다.
그리고 사사베 코치로부터 모르고 있었던 하루카와 린의 과거 얘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뒷통수를 세게 강타당하는 기분을, 마코토는 느꼈다. 하루카가 경영을 그만둔 이유가 린 때문이라는 것보다도 지금껏 그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하루카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사랑했습니다
린에게 전화를 걸어 메세지를 남겼다. 하루와 함께 수영부를 만들었다고. 너도 수영부에 들어가라고.
왕자님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공주는 결국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ㅡ그 거품이라도 전부 긁어모아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두어버리자
마녀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 날. 우연히 보고 말았다.
하루카를 거칠게 펜스로 밀치는 린의 손.
『아니. 넌 나를 위해서 헤엄치는거야.』
린의 말에 하루카의 눈동자가 크게 동요했다. 잠깐의 침묵 후 하루카가 린의 팔을 붙들고
『그럼. 한가지 약속해. 나한테 지더라도 수영을 관둔다는 말 하지마. 추태 부리지마. 져도 울지마』
린을 말을 부정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말. 망설임 없는 눈동자. 린이 뭐라고 대꾸를 했지만 이미 마코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숨통을 죄어오는 느낌에 구토감이 일었다. 쓰디쓴 침을 삼켰다.
ㅡ쭉 곁에서 함께 있으면서 지켜봐온건 나야. 그런데 왜
왕자님은 일순간에 인어공주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그 정도는 각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자님이 인어공주의 존재를 인식해버리면ㅡ언젠가 봤던 인어공주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바다의 마녀를 물리친 왕자님과 인어공주의 해피엔딩. 동화와는 다른 결말.
꽈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ㅡ비록 인어공주가 거품이 되어 부서지게 되더라고, 그것만은 절대 용서 못해. 아니 용서 안해
순식간에 시커먼 감정이 온 몸에 차올라왔지만, 꿀꺽 삼켜 밀어넣었다.
첫 만남의 장면이 마코토의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되었다. 푸른 수영장에서 유영하는 하루카의 모습은 어린 눈에 무척 신성하고 아름다워보였다. 마치 동화책 속에 헤엄쳐나온 인어공주처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화책 속의 왕자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카의 왕자님은 린이었다.
왕자님이 떠났다. 왕자님이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욕심은 점점 부풀어올라 독점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가 마코토에게 있어 그런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좀더 천천히. 좀더 부드럽게
하루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루카가 상처 입지 않도록.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돌연 나타난 왕자님은 너무나도 손쉽게 인어공주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날 밤 밤새 소리 없이 울었다. 초조함과 분함, 슬픔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공들여서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소리도 없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금씩 가까워지던 유일한 존재가 한순간에 저 멀리 떠나버리는 듯한 환상에 떨려왔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하루를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는걸까?」
응답이 돌아올리 없는 물음은 허무하게 맴돌다가 사라져버린다.
커튼으로 희끄무레한 빛이 비쳐들 쯔음. 한차례 울고 나니 점점 머릿속이 차가워져왔다. 억지로 감정을 이성으로 전환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마녀는 도박을 걸었습니다
부친을 설득했다. 원래부터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했고, 기회도 열려 있었다. 다만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마을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를 설득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쌍둥이들은 아직 어려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미 고교생인 마코토에게는 지금 시기에 유학은 힘들거라 여겨서 단념하고 있던 터라 당사자로부터의 설득은 금새 그 효과를 발휘하였다.
『전 여기 남겠어요. 아버지, 어머니.』
여기에는 처음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하루카의 얘기를 해가며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승락을 받았다. 무대는 만들어졌으니,
도박을 걸었다.
―――――――――만약 도박에서 진다면
눈 앞에 뻗어있는 두갈래의 길을 칩으로.
하루카가 존재하는 미래
하루카가 존재 하지 않는 미래
앞으로 걸어가야 할 두갈래의 미래를 칩으로 걸고.
―――――――――만약 도박에서 진다면 내가 거품이 되어 사라질게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수영부원들에게 반쪽짜리 거짓말을 했다. 나기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학 얘기를 들은 하루카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하루카는 평소 포커페이스인 만큼 표정에서 감정의 기복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곁에 함께 있어 온 마코토에게는 그냥 일상의 한부분이었다. 조금씩 얼굴빛이 창백해져가는 그를 보며ㅡ하루카에게는 미안하지만ㅡ안도감과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쇼크를 받은 반동으로 날이 선 하루카의 말에 상처받은 듯한 모습도 보이면서 하루카를 뒤흔들었다.
오늘 아침 하루카가 집으로 찾아왔을 때도 실은 마코토는 집에 있었다. 살짝 열린 커튼밖으로 하루카가 자신의 이름을 몇번이고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따끔따끔한 가슴 통증과 함께 얼굴에 메마른 미소가 피었다.
『探しに来てくれたんだね、ハル。俺とても嬉しい。でもそれではまだ足りないよ』
아무도 없는 집 안에 마코토의 중얼거림만이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오늘 밤.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현관문 밖에 나타난 하루카는 궁지에 몰린 사람마냥 절박한 표정으로 매달려왔다.
「가지마! 마코토…가지마 가지마」
가슴에 안긴 채 목 멘 목소리로 몇번이고 반복되는 그 말이 심장 박동을 빠르게 가속 시켰다. 품 속의 소중한 존재를 힘껏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행여나 더 부서져버릴까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드디어 겨우 손이 닿았다. 겨우 뒤를 돌아봐주었다.
.
.
「하루」
달콤하고 상냥한 목소리.
하얀 팔을 들어 새겨진 빠알간 생채기에 입술을 맞추어 가볍게 빨아올렸다. 익숙한 달콤한 체취와 함께 약간 비릿한 피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같은 행위를 반복해간다.
「좀더 내가 있는 곳으로 떨어져와줘」
이제는 숨결이 많이 진정된 얼굴로 다가가 살포시 입술을 맞추었다.
「정말 좋아해, 하루. 내겐 너 뿐이야.」
창 밖에는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있지, 하루쨩은 바다의 마녀가 싫어?
―――――――――별로 싫지 않아
―――――――――그래?
―――――――――응
(계속)
9/17 한국어 대사 추가
もっと落ちてきて 이거 한국어로 뭐라고 해야 가장 적당할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쥐꼬리만한 어휘력으로는 도저히 딱 맞는 표현이 없다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