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遙 side>
また夢を見ていた――――――――
透明に輝く青い海の中で遙の体がフワフワと浮遊している
青い水に体を包まれてすごく居心地が良くて、すこしだけ笑った
不意に不思議な音が青い水の彼方から聞こえてきた。一度も聞いたことの無い不思議な音色
視線を向けると強大な黒い何かが近づいてくる。とても大きい白黒のシャチが一匹
シャチは不思議な声で鳴きながら遙の周りをグルグル回った
手を伸ばしてシャチにそっと触れたら、動きを止めて遙の前に佇む
冷たくてつるつるした感触がとても気持ち良い
じっと遙を見つめていたシャチは遙の顔に体に鼻をすりすりと擦り付けてきた
くすぐったさと触り心地よさに声を出して笑うとシャチもまた不思議な音を発する
今回はその不思議な音の中に誰かの声が混ざっていた
『大好きだよ、ハル』
とても耳当たりの良い声。やさしいやさしい声
『……?』
夢の中の遙は誰かの名前を小さく呼んだ
青い水がとてもキラキラした明るい光に満ちていく
「……ぅ…ん…」
조금 나른한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핀트가 맞지 않는 흐릿한 시야가 점점 선명해져간다. 눈에 익은 천장이 시야로 비쳐들었다. 창문으로 스며든 햇빛이 천장을 비추어 멍하니 바라보며 기억 속을 더듬었다. 자다가 막 깨어난 탓인지 아직 머릿속이 묵직하다.
ㅡここは……真琴の部屋なのか
하루카는 얼마간 멍하게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한 쪽 손에 위화감이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 침대가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마코토. 마코토다. 하루카의 한쪽 손에 마코토의 한 쪽 손으로 깍지를 낀 채 꼭 잡고 있다. 단단하고 커다란, 따뜻한 손. 깍지가 껴진 손을 살포시 오무려보았다. 엇갈려서 맞물린 손가락 사이로 자그마하게 고동이 느껴진다.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하얀 얼굴에 아주 희미하게 미소가 그려졌다. 하루카는 팔꿈치로 상체를 일으켜 엎드려 있는 마코토 쪽으로 상체를 굽혔다.새근새근 자는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하자 희미한 온기와 함께 익숙한 체취가 후각을 쓰다듬는다.
「真琴」
귓가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한번.
「真琴」
다시 한번.
귀가 움찔 하며 닫혀있던 눈꺼풀이 살짝 열린다. 속눈썹 아래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 짙은 에메랄드를 담은 눈동자에는 아직 졸음이 희미하게 서려있었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엎드려있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손등으로 눈을 부비다가 그제사 시야에 하루카가 비쳐들었는지,
「…う…んん……うん…?ハル…?もう起きたんだ、おはよー……ってそうじゃなくて!」
하품 섞인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하다가 아참! 하며 무릎으로 반쯤 일어서더니,
「熱は?! 熱は大丈夫??」
눈을 부비던 손을 뻗어 하루카의 이마를 짚어본다. 이마를 덮고도 남는 커다란 손에서 전해져오는 상냥함에 조금 쑥스러워져서 눈을 살짝 내리 깔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루카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마코토는 이마를 짚었던 손을 떼었다.
「まだちょっと熱いね。もっと寝たほうがいいよ」
「別に、もういい」
「よくないよ。まだ熱あるんだし!」
마코토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런 그를 응시하던 하루카는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마코토가 일어난 후에도 한 쪽 손은 서로 깍지를 낀 채 였다.
「…それより手…」
「え?手?手がどうし…うあっ!!」
짧은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깍지 껴있던 손이 풀어졌다. 손을 감싸고 있던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낯익은 온기가 멀어져가는 느낌이 조금 아쉬워 가만히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마코토에게 시선을 옮겼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방금까지 깍지를 끼고 있던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하루카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려버린다.
「ご、ごめん。これはその…」
「……」
하루카는 아무말 없이 마코토를 응시 했다.
「ハル、ずっとうなされてて、でも俺何も出来なくて、手だけでもって思って」
「真琴、きのっ」
뭔가 말을 꺼내려던 하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안았다. 그러고보니 뭔가 제대로 먹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똑같이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눈을 깜빡이던 마코토의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가 피어났다. 뭔가 즐거운 듯,
「お腹減ってるよね。ちょっと待ってて。サバの粥作っといたからすぐ温めてくるよ」
약간의 웃음이 섞인 해맑은 목소리로 말하며 일어섰다.
뭔가 말하려던 타이밍을 놓침과 동시에 배가 꼬르륵 거리는 좀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어, 살짝 짜증이 치밀었지만, 실제로 배가 고픈 건 사실이었고, 게다가 고등어죽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기에 되레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주방을 향하는 마코토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하려던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배고프다는 걸 인식한 후에 엄습해오는 허기가 집어 삼켜버렸다.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죽 냄새에 후각을 집중 시키며 상체를 뒤로 눕혔다. 가라앉기는 했지만 아직 몸에 열이 남아있었고 거기에 허기까지 겹치자 가볍게 현기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もういい」라고 말해놓고서는 한심하긴, 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베개에 어깨를 기댄 채 공중을 부유하던 시선이 벽에 걸린 시계에서 멈추었다. 시침이 숫자 1과 2 중간을 가리키고 있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시선을 시계에 고정한 채 하루카는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무서운 악몽에서 깨어난 후에 빗 속을 헤치며 정신 없이 달려가서 마코토 집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마코토의 모습을 본 것까지는 나름 선명한 기억의 조각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마치 노이즈가 자글자글한 흑백 텔레비젼 화면 마냥 확실하지가 않았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이미 전한 건지, 아직인건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했다. 동시에 조금씩 불안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오른다. 그 '말'을 들은 마코토는 어떤 대답을 할까?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는 건 아닐까? 곤란하게 하는 건 아닐까?
원래부터 남이 의지해오는 것도 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의지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하루카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제는 너무 괴롭고 혼란스러워 달려와버렸지만.
그리고
혹시, 거절 당한다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맛있는 냄새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생각을 차단했다.
「ハル?何か考え事?どこか痛い?」
침대에 걸터앉으며 걱정스레 묻는다. 「いや、そんなんじゃない」고개를 좌우로 한번 흔들었다. 「そう」마코토는 들고온 쟁반을 자신의 무릎 위에 얹고는 렌게를 집어들어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등어 죽을 한 숟갈 떠서 몇번 호호 불어 식히더니
「はい、あ~」
싱긋 웃으며 렌게를 하루카의 입 앞으로 내민다. 하루카는 내밀어진 죽이 담긴 렌게와 마코토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불만스러운 듯 눈썹 사이를 살짝 좁혔다.
「…自分で食べる」
「そういうこと言わないで、さ、早く。お粥冷めちゃうよ?」
다시 렌게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입술을 벌렸다. 마코토는 기쁜 듯 웃으며 렌게를 하루카의 입술 안으로 밀어넣고 천천히 기울였다. 잘게 썰은 야채와 고등어의 맛이 어우러져 담백한 죽의 온기가 입 안에 퍼진다. 언제인가부터 가ㅡ끔 하루카가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좋을 때면 마코토가 간호해주겠다며 찾아와서 만들어주던 고등어 죽. 처음에는 비린내가 난다고 불평을 했던 것이 어느샌가 고등어 요리에는 꽤 시끄러운 하루카도 군말 없이 한 그릇 금새 비우고 「おかわり」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러있었다.
마코토는 파란 눈동자에 떠오르는 만족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ハ자 눈썹이 원만한 곡선을 그린다.
「おいしい?」
「うん」
「どれどれ」
오물거리는 하루카의 입가에 묻어있던 야채조각을 마코토는 엄지손가락으로 슥 훔쳐 혀로 핥았다. 순간 동작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보는 하루카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그는 살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うん、おいしい」
「お前、なにし…」
「ね、ハル」
미열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살짝 홍조를 띄고 있는 하루카를 응시하며 마코토는 조금 미소를 가라앉힌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루카도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마코토의 시선을 파란 눈동자로 마주 받았다.
「ハルが行くなって言ってくれてすごく、嬉しかったよ、俺」
「真琴…」
쭉 뇌리 한구석에 딱지 앉은 것 처럼 달라붙어있던 의문점이 조용히 떨어져나갔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잔재를 혹여나 들킬까 포커페이스를 덧씌웠다. 마코토는 바닥을 드러낸 죽그릇을 쟁반째로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두고 몸을 하루카쪽으로 틀었다. 수영으로 단련되어 단단하지만 자신의 팔 보다는 가는 하루카의 팔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생채기가 있던 자리마다 꼼꼼하게 반창고와 하얀 가제가 붙어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마코토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実は…ハルは俺のことどうでもいいって思ってるんじゃないかと、おも」
「そんなことない!」
돌연 하루카가 언성을 높였다. 하던 말을 멈추고 마코토가 놀란 표정으로 하루카를 바라보자 하루카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어쩌면.... 어쩌면, 과거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안이 씁쓸하다. 인간이 아무런 생각 없이 공기를 마시며 생활하고 있는 것 처럼, 물 속의 물고기가 자신의 둘러싸고 있는 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처럼. 언제나 그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 따로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건 아닐까. 그리고 그 것이 상실 되었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그 것의 소중함을 뼈에 사무치도록 깨닫는 어리석음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나고 한없이 한심했다. 스스로에게 다짐 하듯, 다시 한번 작게 중얼거렸다.
「そんな、ことない…」
「うん、今はわかるよ。ハルが見せてくれたから」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시선을 하얀 팔로 떨구었다. 커다란 손이 천천히 상처 위를 쓰다듬는다.
「それに、言ってくれたから。行くなって」
「……」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마코토는 가볍게 숨을 내쉰 후 조용히 말을 꺼냈다.
「俺、ね。……ハルが好きなんだ」
여전히 시선은 하루카의 팔로 떨군 채. 조금 낮은 목소리로 엮어진 '말'은 미세한 긴장감과 함께 두사람의 귓가에 조용히 방울져 맺혔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소리에 떠밀려 투명한 방울이 떨어질 때 쯤.
「…わかってる」
마코토에게 조용히 시선을 향한 하루카가 답했다. 알고 있다. 그정도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곁에 있었으니까.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도와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좋아한다' 라고 표현한다면, 하루카 역시 마코토를 '좋아한다' 고 생각했다. 그가 하루카에게 있어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지금이라면 더더욱.
마코토는 그런 하루카의 대답에 시선을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약간 그늘진 미소와 함께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었다.
「ううん、ハルは解ってないよ。俺の好きはね…」
뻗어온 손이 하루카의 윗팔을 살며시 잡아 끌어당겼다. 갑자기 가해진 힘에 무방비하게 이끌려 온 하루카의 눈 앞에 마코토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가 싶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에 따뜻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것이 마코토의 입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가 촉촉한 혀가 하루카의 아랫입술을 슥 핥으며 떨어진 후였다.
「こういうのも込みの好きなんだよ?これ以上のことも、ね。」
「……ぇ…」
방금 벌어진 일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다. 그저 크게 치켜뜬 눈으로 마코토를 응시 했다. 파란 눈동자에 비친 푸른 눈동자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똑바로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들어올린 손으로 입술을 만져보니 아직 조금 젖어 있다.
성이나 성관계에 대해서는 담백한 편이었다.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없는 거의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당연히 경험해본 적도 없었다.
애초에 식욕과 물 이외의 것에 특별한 욕구나 욕망을 느껴본 적도 거의 없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서 지극히 수동적이었다. 그저 물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적어도 이틀 전까지는.
지금은 눈 앞의 존재가 쭉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욕망이 그 무엇 보다 강하게 마음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는 미지의 영역에 서서 하루카를 바라보고 있다.
「…お前、俺とこういうのがしたかったのか?」
「そうだよ。俺ずっとね、頭の中で、夢の中で、何度も何度もハルを抱いて犯してた」
말하는 마코토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하루카에게 등을 돌렸다. 눈의 착각인가 넓은 등이 작게 떨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気持ち悪いと思う?軽蔑する?」
「ま、こと…」
조금 물기 어린 마코토의 목소리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大好きだから。ずっと傍にいたいと思ってた。でも段々それでは物足りなくなってハルの全部が欲しくなった」
「……」
「初めて夢精をした日、俺、ハルの夢を見たんだよ。友達なのに、親友だったはずなのに。…すごく怖かった」
「……」
「それでもハルの傍から離れたくなくて、でも傍にいるとずっと苦しくて」
「そんなの…」
『全然知らなかった』란 뒷말을 집어삼켰다. 항상 따뜻한 미소를 띄고 있는 상냥한 얼굴 아래 이런 고뇌를 하고 있었다고는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있는 이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꾹꾹 찔러왔다. 대체 이 남자의 곁에 있으면서 자신은 뭘 보고 있었던 걸까. 마코토가 자신에게 욕정을 품고 있다는 고백보다 그걸 본인이 직접 고백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하루카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코토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ハル、こんなのでも一緒にいたいと思う?行くなって言ってくれる?」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등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こっち向けよ、真琴」
하루카의 말에 잠깐 멈칫 하던 마코토의 등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뒤돌아 하루카를 향한 마코토의 얼굴에는 여느 때와 같은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하루카에게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눈썹 아래의 푸른 눈동자가 웃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어째서 웃고 있는거야.
「それとも怖い?」
하루카를 마주보며 말하는 마코토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하루카는 놓치지 않았다. 단지 무심코 지나쳤을 뿐, 지금까지 계속 이런 미소를 짓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책감과 함께 울컥,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真琴!」
하루카는 양손을 뻗어 마코토의 셔츠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무방비 상태에 끌려온 마코토의 눈 바로 앞에 하루카의 눈동자가 있었다. 갑작스런 하루카의 행동에 푸른 눈동자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ハル…?」
「そんな風に笑うな!」
「えっ…」
「なぜもっと早く言わなかった!」
어째서 본인이 말하기전에 좀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까. 셔츠를 움켜진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もし拒絶されたら俺は…っ…」
갑자기 겹쳐진 입술에 막혀 마코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볍게 누르듯 겹쳐온 입술은 미열로 조금 뜨거웠다. 익숙한 체취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겹친 것까진 좋았지만 그 후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입술을 맞대고만 있던 하루카는 가만히 입술을 떼었다. 귀 아래쪽부터 뜨거운 열이 얼굴 전체로 퍼지는 느낌에 조금 고개를 숙였다.
「ハ、ハル?」
「…キス、しろ。」
「え?」
「ちゃんとしたキスしてみろよ」
확인해보고 싶었다. 확인해야만 했다. 하루카 자신이 마코토의 마음을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를.
만의 하나 무리라면――――――――――어제의 그 무채색의 풍경이 떠올랐다. 언제나 같은 풍경이었지만 너무나 다른 풍경. 혼자 남겨진 듯한 감각이. 숨이 막히고 무서웠다. 하지만 자신의 에고를 위해 괴로워하는 마코토를 알면서도 묵인할 수는 없었다. 마코토가 서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いいのか?ハル」
「早く…しろ」
마코토는 두 손으로 하루카의 뺨과 턱을 감싸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시선을 어디두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파란 눈동자를 보며 마코토는 작게 웃으며 하루카의 귓가에 「ハル、目閉じてて」자그마하게 속삭였다. 얼굴에 와닿는 마코토의 숨결이 간지럽다. 하얀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 입술이 코 끝을 스쳐 조용히 하루카의 입술에 겹쳐졌다. 모이를 쪼아 먹는 새 마냥 짧은 입맞춤이 여러번 하루카의 입술에 떨어지는가 싶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를 비집고 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순간 긴장으로 굳은 하루카의 등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치열을 더듬었다. 얼어붙어있는 혀를 가볍게 쿡쿡 건드리며 긴장을 풀어주면서 능숙하게 얽어매었다.
「…んっ……はぁっ……っま、こと…う…」
자신의 입 안에 타인의 신체의 일부를 머금고 있는 이물감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 되었지만 상냥한 애무에 조금씩 어색함이 녹아들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타액과 숨결이 서로 뒤얽히는 소리가 방 안에 충만해졌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뜨겁고 부끄러워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턱까지 숨이 차올라 호흡이 가빠졌을 때 쯤 마코토의 입술이 떨어졌다. 입가로 가늘게 흘러내린 타액을 혀 끝으로 핥아 올렸다. 가쁜 숨을 고르느라 위아래로 크게 들썩이는 하루카의 등을 커다란 손이 말 없이 토닥여주었다.
「ハル、大丈夫?」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마코토의 얼굴을 조용히 응시 하다가 풀썩 마코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열 때문인지 키스때문에 달아올라 그런 것인지 아직 얼굴이 뜨거웠다. 셔츠 너머로 전해져오는 온기가 기분 좋아 눈을 가늘게 떴다.
「行くな、真琴。俺の傍にいろ」
「ハル…!」
단단한 두팔이 하루카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마코토의 빠른 심장 박동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따뜻한 품 속에 몸을 맡긴 채 하루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귓 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ずっと傍にいるよ、ハル」
.
.
.
「ええっ?!まこちゃんとハルちゃん一緒に住むの?」
「ええっ?!留学行かなくていいんですか?」
각자 다른 반응을 하는 1학년들을 보며 마코토는 이런이런 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들에 하루카와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 하더니 입을 열었다.
「うん。留学のことで両親を説得したんだけど、いくら男子高校生でも一人暮らしは危ないんじゃないかって言われてね。ハルがじゃうちに来いって言ってくれて。」
마코토는 생긋 웃으며 하루카를 내려다보았다. 힐끗 마코토를 올려봤다가 시선을 1학년들에게 향했다.
「別に、いまさらだろう」
「それもそうかぁ~まこちゃんしょっちゅうハルちゃんっちに遊びに行ってたしね!」
나기사의 말에 레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뒷 일은 마코토에게 맡겨두고 수영장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한 물을 가르고 미끄러져 들어갔다. 온 몸을 감싸는 물의 감촉이 기분 좋다. 몇 번 왕복한 후 물 속에서 고개를 들자, 눈 앞에 낯익은 손이 내밀어졌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 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시선을 들어 올려다보았다. 초여름의 햇살을 등지고 있어 그늘이 져있었지만 푸른 눈동자는 확실히 미소 짓고 있었다. 보일듯 말듯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손을 뻗어 마코토의 손을 맞잡았다.
「お疲れさん」
언제나 같은 목소리가 귓 가에 머물렀다. 강한 힘으로 끌어올려주는 손이 여느 때보다 조금 뜨겁다.
<真琴 side>
「真実は何よりも強力なスパイスになる、か。」
낮은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모든 것을 얘기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침대에 걸터 앉아 자고 있는 하루카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천천히 쓰다듬었다.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 후, 하루카는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고 잠들었다.
「色々ありすぎて疲れたんだよね、お姫様」
늘씬 하게 뻗은 콧날로부터 하얀 뺨과 턱선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닿는 감촉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기분 좋은 한숨이 목젖을 울렸다.
『行くな、真琴。俺の傍にいろ』
「うん。ずっと傍にいるよ。ずっと、ずーっとね」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얀 세상에서 늘 등 돌린 채 서있던 이 쪽을 향해 뒤 돌아 한 발자국 다가와주었다. 조금씩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순백의 존재를 보며 쾌감과 함께 그를 향한 애정이 더욱더 증폭되어간다.
하루카의 하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들어올려 손등에 손바닥에 손목에 차례대로 입술을 떨어트렸다. 소중하고 소중한 하나뿐인 존재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고 욕망하고 간절히 바란다. 단 하나뿐인 존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愛してるよ、ハル」
[完]
<遙 side>
또 꿈을 꾸고 있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바다 속에서 하루카의 몸이 유유히 부유하고 있다.
몸을 감싸고 있는 푸른 물이 굉장히 기분이 좋아, 살짝 웃었다.
문득 신비한 소리가 푸른 물의 저편에서 들려왔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신기한 음색..
그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검은 무언가가 가까이 오고 있다. 아주 커다란 범고래 한마리
범고래는 신비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하루카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손을 뻗어 범고래를 살며시 만지자, 움직임을 멈추고 하루카 앞에 멈춰섰다.
차감고 반질반질한 감촉이 아주 기분이 좋다.
가만히 하루카를 응시하던 범고래는 하루카의 얼굴에, 몸에, 코를 부비적 댄다.
간지러움과 기분 좋은 감촉에 소리를 내어 웃으니, 범고래도 예의 신비한 소리를 낸다.
이번에는 그 신비한 소리 안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좋아해, 하루』
굉장히 듣기 좋은 목소리.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
『......?』
꿈속의 하루카는 누군가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푸른 물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밝은 빛으로 가득찼다.
「……으…음…」
조금 나른한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핀트가 맞지 않는 흐릿한 시야가 점점 선명해져간다. 눈에 익은 천장이 시야로 비쳐들었다. 창문으로 스며든 햇빛이 천장을 비추어 멍하니 바라보며 기억 속을 더듬었다. 자다가 막 깨어난 탓인지 아직 머릿속이 묵직하다.
ㅡ여긴....마코토의 방인가
하루카는 얼마간 멍하게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한 쪽 손에 위화감이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 침대가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마코토. 마코토다. 하루카의 한쪽 손에 마코토의 한 쪽 손으로 깍지를 낀 채 꼭 잡고 있다. 단단하고 커다란, 따뜻한 손. 깍지가 껴진 손을 살포시 오무려보았다. 엇갈려서 맞물린 손가락 사이로 자그마하게 고동이 느껴진다.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하얀 얼굴에 아주 희미하게 미소가 그려졌다. 하루카는 팔꿈치로 상체를 일으켜 엎드려 있는 마코토 쪽으로 상체를 굽혔다.새근새근 자는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하자 희미한 온기와 함께 익숙한 체취가 후각을 쓰다듬는다.
「마코토」
귓가에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한번.
「마코토」
다시 한번.
귀가 움찔 하며 닫혀있던 눈꺼풀이 살짝 열린다. 속눈썹 아래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 짙은 에메랄드를 담은 눈동자에는 아직 졸음이 희미하게 서려있었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엎드려있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손등으로 눈을 부비다가 그제사 시야에 하루카가 비쳐들었는지,
「.....으..음.......응......? 하루......? 벌써 일어났구나, 좋은아침.....이 아니라!」
하품 섞인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하다가 아참! 하며 무릎으로 반쯤 일어서더니,
「열은?! 열은 괜찮아??」
눈을 부비던 손을 뻗어 하루카의 이마를 짚어본다. 이마를 덮고도 남는 커다란 손에서 전해져오는 상냥함에 조금 쑥스러워져서 눈을 살짝 내리 깔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루카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마코토는 이마를 짚었던 손을 떼었다.
「아직 조금 뜨겁네. 좀더 자는게 좋을거 같은데」
「별로, 이제 괜찮아」
「안돼. 아직 열도 있잖아!」
마코토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런 그를 응시하던 하루카는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마코토가 일어난 후에도 한 쪽 손은 서로 깍지를 낀 채 였다.
「…그것 보다 손…」
「에? 손? 손이 왜....우왓!!」
짧은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깍지 껴있던 손이 풀어졌다. 손을 감싸고 있던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낯익은 온기가 멀어져가는 느낌이 조금 아쉬워 가만히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마코토에게 시선을 옮겼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방금까지 깍지를 끼고 있던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하루카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려버린다.
「미, 미안. 이건 그러니까…」
「……」
하루카는 아무말 없이 마코토를 응시 했다.
「하루, 쭉 괴로워보이는데 난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손이라도 잡아주자 싶어서..」
「마코토, 어제..」
뭔가 말을 꺼내려던 하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안았다. 그러고보니 뭔가 제대로 먹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똑같이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눈을 깜빡이던 마코토의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가 피어났다. 뭔가 즐거운 듯,
「배고프구나. 조금만 기다려. 고등어 죽 만들어놨으니까 금방 데워올게」
약간의 웃음이 섞인 해맑은 목소리로 말하며 일어섰다.
뭔가 말하려던 타이밍을 놓침과 동시에 배가 꼬르륵 거리는 좀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어, 살짝 짜증이 치밀었지만, 실제로 배가 고픈 건 사실이었고, 게다가 고등어죽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기에 되레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주방을 향하는 마코토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하려던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배고프다는 걸 인식한 후에 엄습해오는 허기가 집어 삼켜버렸다.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죽 냄새에 후각을 집중 시키며 상체를 뒤로 눕혔다. 가라앉기는 했지만 아직 몸에 열이 남아있었고 거기에 허기까지 겹치자 가볍게 현기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제 괜찮아」라고 말해놓고서는 한심하긴, 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베개에 어깨를 기댄 채 공중을 부유하던 시선이 벽에 걸린 시계에서 멈추었다. 시침이 숫자 1과 2 중간을 가리키고 있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시선을 시계에 고정한 채 하루카는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무서운 악몽에서 깨어난 후에 빗 속을 헤치며 정신 없이 달려가서 마코토 집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마코토의 모습을 본 것까지는 나름 선명한 기억의 조각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마치 노이즈가 자글자글한 흑백 텔레비젼 화면 마냥 확실하지가 않았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이미 전한 건지, 아직인건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했다. 동시에 조금씩 불안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오른다. 그 '말'을 들은 마코토는 어떤 대답을 할까?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는 건 아닐까? 곤란하게 하는 건 아닐까?
원래부터 남이 의지해오는 것도 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의지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하루카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제는 너무 괴롭고 혼란스러워 달려와버렸지만.
그리고
혹시, 거절 당한다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맛있는 냄새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생각을 차단했다.
「하루? 뭐 생각하고 있어? 아님 어디 아프니?」
침대에 걸터앉으며 걱정스레 묻는다. 「아냐 아무것도」고개를 좌우로 한번 흔들었다. 「그래..」마코토는 들고온 쟁반을 자신의 무릎 위에 얹고는 렌게를 집어들어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등어 죽을 한 숟갈 떠서 몇번 호호 불어 식히더니
「자, 아~」
싱긋 웃으며 렌게를 하루카의 입 앞으로 내민다. 하루카는 내밀어진 죽이 담긴 렌게와 마코토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불만스러운 듯 눈썹 사이를 살짝 좁혔다.
「…내가 먹을게」
「그런 말 하지 말고, 자, 어서. 죽 식는다?」
다시 렌게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입술을 벌렸다. 마코토는 기쁜 듯 웃으며 렌게를 하루카의 입술 안으로 밀어넣고 천천히 기울였다. 잘게 썰은 야채와 고등어의 맛이 어우러져 담백한 죽의 온기가 입 안에 퍼진다. 언제인가부터 가ㅡ끔 하루카가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좋을 때면 마코토가 간호해주겠다며 찾아와서 만들어주던 고등어 죽. 처음에는 비린내가 난다고 불평을 했던 것이 어느샌가 고등어 요리에는 꽤 시끄러운 하루카도 군말 없이 한 그릇 금새 비우고 「おかわり」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러있었다.
마코토는 파란 눈동자에 떠오르는 만족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ハ자 눈썹이 원만한 곡선을 그린다.
「맛있어?」
「응」
「어디보자」
오물거리는 하루카의 입가에 묻어있던 야채조각을 마코토는 엄지손가락으로 슥 훔쳐 혀로 핥았다. 순간 동작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보는 하루카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그는 살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맛있네」
「너, 뭘하는..」
「있지, 하루」
미열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살짝 홍조를 띄고 있는 하루카를 응시하며 마코토는 조금 미소를 가라앉힌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루카도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마코토의 시선을 파란 눈동자로 마주 받았다.
「하루가 가지 말라고 해줘서 정말, 기뻤어.나.」
「마코토…」
쭉 뇌리 한구석에 딱지 앉은 것 처럼 달라붙어있던 의문점이 조용히 떨어져나갔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잔재를 혹여나 들킬까 포커페이스를 덧씌웠다. 마코토는 바닥을 드러낸 죽그릇을 쟁반째로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두고 몸을 하루카쪽으로 틀었다. 수영으로 단련되어 단단하지만 자신의 팔 보다는 가는 하루카의 팔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생채기가 있던 자리마다 꼼꼼하게 반창고와 하얀 가제가 붙어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마코토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실은....넌 나에 대해서 어째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
「그렇지 않아!」
돌연 하루카가 언성을 높였다. 하던 말을 멈추고 마코토가 놀란 표정으로 하루카를 바라보자 하루카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어쩌면.... 어쩌면, 과거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안이 씁쓸하다. 인간이 아무런 생각 없이 공기를 마시며 생활하고 있는 것 처럼, 물 속의 물고기가 자신의 둘러싸고 있는 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처럼. 언제나 그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 따로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건 아닐까. 그리고 그 것이 상실 되었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그 것의 소중함을 뼈에 사무치도록 깨닫는 어리석음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나고 한없이 한심했다. 스스로에게 다짐 하듯, 다시 한번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거、아냐…」
「응, 지금은 알고 있어. 네가 보여줬으니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시선을 하얀 팔로 떨구었다. 커다란 손이 천천히 상처 위를 쓰다듬는다.
「게다가 말해줬으니까, 가지 말라고」
「……」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마코토는 가볍게 숨을 내쉰 후 조용히 말을 꺼냈다.
「나 있지. 하루가 좋아.」
여전히 시선은 하루카의 팔로 떨군 채. 조금 낮은 목소리로 엮어진 '말'은 미세한 긴장감과 함께 두사람의 귓가에 조용히 방울져 맺혔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소리에 떠밀려 투명한 방울이 떨어질 때 쯤.
「…알고 있어」
마코토에게 조용히 시선을 향한 하루카가 답했다. 알고 있다. 그정도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곁에 있었으니까.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도와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좋아한다' 라고 표현한다면, 하루카 역시 마코토를 '좋아한다' 고 생각했다. 그가 하루카에게 있어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지금이라면 더더욱.
마코토는 그런 하루카의 대답에 시선을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약간 그늘진 미소와 함께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넌 모를거야. 내가 좋아한다고 하는건 말야…」
뻗어온 손이 하루카의 윗팔을 살며시 잡아 끌어당겼다. 갑자기 가해진 힘에 무방비하게 이끌려 온 하루카의 눈 앞에 마코토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가 싶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에 따뜻한 무언가가 닿았다. 그것이 마코토의 입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가 촉촉한 혀가 하루카의 아랫입술을 슥 핥으며 떨어진 후였다.
「이런 것도 포함하고 있다구. 이 이상의 것도.」
「……에…」
방금 벌어진 일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다. 그저 크게 치켜뜬 눈으로 마코토를 응시 했다. 파란 눈동자에 비친 푸른 눈동자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똑바로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들어올린 손으로 입술을 만져보니 아직 조금 젖어 있다.
성이나 성관계에 대해서는 담백한 편이었다.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없는 거의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당연히 경험해본 적도 없었다.
애초에 식욕과 물 이외의 것에 특별한 욕구나 욕망을 느껴본 적도 거의 없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서 지극히 수동적이었다. 그저 물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적어도 이틀 전까지는.
지금은 눈 앞의 존재가 쭉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욕망이 그 무엇 보다 강하게 마음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는 미지의 영역에 서서 하루카를 바라보고 있다.
「…너, 나랑 이런걸 하고 싶었던거야?」
「그래. 나 쭉 말야, 머릿속으로, 꿈속에서 수도 없이 널 안고 범했어.」
말하는 마코토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하루카에게 등을 돌렸다. 눈의 착각인가 넓은 등이 작게 떨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기분 나쁘니? 경멸해?」
「마、코토…」
조금 물기 어린 마코토의 목소리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정말 좋아하니까. 쭉 곁에 있고 싶었어. 하지만 점점 그것 만으로는 부족해져서 네 전부가 갖고 싶어졌어」
「……」
「처음 몽정을 했을때...나 하루의 꿈을 꿨어. 친구인데, 아주 친한 친구였을텐데. ....너무 무서웠어.」
「……」
「그래도 네 곁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 그치만 곁에 있으면 너무 괴로워서...」
「그런거…」
『전혀 몰랐어』란 뒷말을 집어삼켰다. 항상 따뜻한 미소를 띄고 있는 상냥한 얼굴 아래 이런 고뇌를 하고 있었다고는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있는 이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꾹꾹 찔러왔다. 대체 이 남자의 곁에 있으면서 자신은 뭘 보고 있었던 걸까. 마코토가 자신에게 욕정을 품고 있다는 고백보다 그걸 본인이 직접 고백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하루카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코토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하루, 이런 나라도 같이 있고싶다고 생각해? 가지 말라고 얘기해 줄래?」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등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쪽 봐, 마코토.」
하루카의 말에 잠깐 멈칫 하던 마코토의 등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뒤돌아 하루카를 향한 마코토의 얼굴에는 여느 때와 같은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하루카에게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눈썹 아래의 푸른 눈동자가 웃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어째서 웃고 있는거야.
「아니면 무섭니?」
하루카를 마주보며 말하는 마코토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하루카는 놓치지 않았다. 단지 무심코 지나쳤을 뿐, 지금까지 계속 이런 미소를 짓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책감과 함께 울컥,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마코토!」
하루카는 양손을 뻗어 마코토의 셔츠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무방비 상태에 끌려온 마코토의 눈 바로 앞에 하루카의 눈동자가 있었다. 갑작스런 하루카의 행동에 푸른 눈동자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하루…?」
「그런 표정으로 웃지마!」
「엣…」
「왜 좀더 빨리 얘기 안한건데!」
어째서 본인이 말하기전에 좀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까. 셔츠를 움켜진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만약 거절당해버리면 난...읏...」
갑자기 겹쳐진 입술에 막혀 마코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볍게 누르듯 겹쳐온 입술은 미열로 조금 뜨거웠다. 익숙한 체취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겹친 것까진 좋았지만 그 후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입술을 맞대고만 있던 하루카는 가만히 입술을 떼었다. 귀 아래쪽부터 뜨거운 열이 얼굴 전체로 퍼지는 느낌에 조금 고개를 숙였다.
「하、하루?」
「…키스、해。」
「에?」
「제대로된 키스 해보라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확인해야만 했다. 하루카 자신이 마코토의 마음을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를.
만의 하나 무리라면――――――――――어제의 그 무채색의 풍경이 떠올랐다. 언제나 같은 풍경이었지만 너무나 다른 풍경. 혼자 남겨진 듯한 감각이. 숨이 막히고 무서웠다. 하지만 자신의 에고를 위해 괴로워하는 마코토를 알면서도 묵인할 수는 없었다. 마코토가 서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진심이야? 」
「얼른…해」
마코토는 두 손으로 하루카의 뺨과 턱을 감싸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시선을 어디두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파란 눈동자를 보며 마코토는 작게 웃으며 하루카의 귓가에 「ハル、目閉じてて」자그마하게 속삭였다. 얼굴에 와닿는 마코토의 숨결이 간지럽다. 하얀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 입술이 코 끝을 스쳐 조용히 하루카의 입술에 겹쳐졌다. 모이를 쪼아 먹는 새 마냥 짧은 입맞춤이 여러번 하루카의 입술에 떨어지는가 싶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를 비집고 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순간 긴장으로 굳은 하루카의 등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치열을 더듬었다. 얼어붙어있는 혀를 가볍게 쿡쿡 건드리며 긴장을 풀어주면서 능숙하게 얽어매었다.
「…읏……하아……마、코토…우…」
자신의 입 안에 타인의 신체의 일부를 머금고 있는 이물감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 되었지만 상냥한 애무에 조금씩 어색함이 녹아들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타액과 숨결이 서로 뒤얽히는 소리가 방 안에 충만해졌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뜨겁고 부끄러워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턱까지 숨이 차올라 호흡이 가빠졌을 때 쯤 마코토의 입술이 떨어졌다. 입가로 가늘게 흘러내린 타액을 혀 끝으로 핥아 올렸다. 가쁜 숨을 고르느라 위아래로 크게 들썩이는 하루카의 등을 커다란 손이 말 없이 토닥여주었다.
「하루、괜찮아?」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마코토의 얼굴을 조용히 응시 하다가 풀썩 마코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열 때문인지 키스때문에 달아올라 그런 것인지 아직 얼굴이 뜨거웠다. 셔츠 너머로 전해져오는 온기가 기분 좋아 눈을 가늘게 떴다.
「가지마, 마코토. 내 곁에 있어」
「하루…!」
단단한 두팔이 하루카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마코토의 빠른 심장 박동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따뜻한 품 속에 몸을 맡긴 채 하루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귓 가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영원히 곁에 있을게, 하루」
.
.
.
「에엣?! 마코쨩이랑 하루쨩 같이 사는거야?」
「에엣?! 유학 안가도 되는겁니까?」
각자 다른 반응을 하는 1학년들을 보며 마코토는 이런이런 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들에 하루카와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응, 유학건에 대해서 부모님을 설득했는데, 아무리 남고생이라 해도 혼자 사는건 위험하다고 하셔서...그런데 하루가 그럼 우리집으로 오라고 해줘서」
마코토는 생긋 웃으며 하루카를 내려다보았다. 힐끗 마코토를 올려봤다가 시선을 1학년들에게 향했다.
「별로、늘 그랬잖아」
「것도 그런가~ 마코쨩 매일 하루쨩네 놀러가고 그랬으니까!」
나기사의 말에 레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뒷 일은 마코토에게 맡겨두고 수영장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한 물을 가르고 미끄러져 들어갔다. 온 몸을 감싸는 물의 감촉이 기분 좋다. 몇 번 왕복한 후 물 속에서 고개를 들자, 눈 앞에 낯익은 손이 내밀어졌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 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시선을 들어 올려다보았다. 초여름의 햇살을 등지고 있어 그늘이 져있었지만 푸른 눈동자는 확실히 미소 짓고 있었다. 보일듯 말듯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손을 뻗어 마코토의 손을 맞잡았다.
「수고했어」
언제나 같은 목소리가 귓 가에 머물렀다. 강한 힘으로 끌어올려주는 손이 여느 때보다 조금 뜨겁다.
<真琴 side>
「진실은 무엇보다 강력한 스파이스, 인가.」
낮은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모든 것을 얘기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침대에 걸터 앉아 자고 있는 하루카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천천히 쓰다듬었다.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 후, 하루카는 다시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고 잠들었다.
「이래저래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서 지쳤구나, 공주님」
늘씬 하게 뻗은 콧날로부터 하얀 뺨과 턱선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닿는 감촉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기분 좋은 한숨이 목젖을 울렸다.
『가지마, 마코토. 내 곁에 있어』
「응. 쭉 곁에 있을거야. 쭉... 영원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얀 세상에서 늘 등 돌린 채 서있던 이 쪽을 향해 뒤 돌아 한 발자국 다가와주었다. 조금씩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순백의 존재를 보며 쾌감과 함께 그를 향한 애정이 더욱더 증폭되어간다.
하루카의 하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들어올려 손등에 손바닥에 손목에 차례대로 입술을 떨어트렸다. 소중하고 소중한 하나뿐인 존재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고 욕망하고 간절히 바란다. 단 하나뿐인 존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해, 하루」
[完]
내 손이 고자라서 18금은 고사하고 사랑해라든가, 아이시테루 라든가 타자 치는데 망설이다 망설이다 5분은 넘게 걸린거 같아ㅡㅡ;;
난 왜 이 말들이 이렇게 닭살 돋을까...... 딱히 사랑 못받고 자란 것도 아닌데!! 분명 내가 츤데레이기 때문이겠지(...)
인터넷 기사 중에 범고래가 돌고래를 가지고 놀면서 사냥한다는 기사를 읽고 문득 떠오른 내용입니다. 아 범고래 모에...범고래 짱이야... 항상 소재는 뜬금없는 곳에서ㅋㅋ
거기에, 사실 마코토가 곁에서 항상 바라보고 있는데 린에게만 시선을 향하는 하루카가 야속하게 느껴진 것도 있고 해서 하루카가 마코토도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얀데레 마코짱을 그리고 싶었는데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어요.ㅇㅂㅇ))
하이스피드 읽으면서 더욱 굳혀졌지만, 마코토는 하루카 없으면 정말 무너질거 같아요. 진짜로.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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