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이는 현관문 밖에 서있는 남자 아이를 내려다보며 혼란에 빠져있었다.  아이에게서 건네받은 손에 쥔 편지지ㅡ라고하기엔 그냥 공책을 쭉 찢은 것이었지만ㅡ를 꾹 움켜쥐었다. 
미츠이를 올려다보는 갈색의 곱슬머리의 그 아이는 어딘가 불안함을 품은 뚱한 표정으로 마주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가방끈을 움켜쥔 작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눈치가 빠른 아이구나. 약간의 죄책감과 계속 여기 세워두는 것도 뭐하기도 해서 걸음을 옆으로 옮겨 비켜서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쳐를 했다. 

[그...저기. 일단 안으로 들어올래?]
[......감사합니다]

아이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손에 든 작은 캐리어를 현관 한켠에 세워두고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뒷모습을 보며 미츠이는 꾸깃해진 종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같이 살던 여자가 버리고 간 앤데 니가 좀 키워주라』

볼펜으로 갈긴 한 줄의 메세지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같이 살던 여자? 이 전언을 보낸 인간은 이 메세지를 받기 전까지 미츠이의 연인이었다. 평소에도 미츠이는 똥차 컬렉터라고 불려왔던 터라 그 인간이 쓰레기 라는건 그닥 놀랍지도 않았지만 이 정도 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양다리도 모자라 자식을 유기까지해? 이런 동물 욕을 갖다붙이기에도 동물한테 미안해야할 새끼를 봤나. 종이를 갈갈이 찢어버리려다가 아이 눈도 있고 해서 참았다. 속에서 끌어오르는 불길도 일단 집어삼키며 거실 입구에 서서 두리번 거리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웃으며 말했다.

[너 이름이 뭐니?]
[미야기...료타요]
[그렇구나. 그럼 미야기 저 소파에 앉아 있을래? 난 잠깐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네]

미야기가 말한대로 소파에 가서 앉는 것을 보며 미츠이는 2층으로 올라갔다. 손님용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핸드폰을 열어 단축키를 눌렀다.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 저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미츠이냐? 애는 잘 도착했지?]
[야이 미친 새끼야!!!!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
[걔가 메모 안주든?]
[시발새끼야 니 자식이잖아! 인간이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그러고도 니가 인간이냐???]
[내 자식 아니고 걔 애미년이 도망가면서 버리고 간거야~ 너네집 부자잖아. 불쌍하다 생각하고 키워. 아니면 너도 걔 고아원에다가 버리든가? 암튼 나 바쁘니까 끊는다]
[야!!!! 잠깐 뭘 끊어?!  야!!!!]

끊어진 폰에다 대고 온갓 욕을 퍼붓다가 씩씩대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벼락맞아 죽을 것들. 저 어린 애한테 대체 무슨 짓을...어금니를 꽉 깨물며 분노에 떨리는 손을 꾹 움켜쥐었다. 오늘 처음 본 아이때문에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도 좀 오버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아니 이건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정당한 분노다! 라고 결론지었다.
미츠이는 짧은 머리를 복복 긁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남은 방도 몇 개있고 한 명 더 들어와사는건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저 어린애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까? 아직 어린데 그래도 생판 남보다는 쓰레기같은 부모라도 곁에 있는게 저 아이에게 좋은게 아닐까? 사회복지과?같은데 연락해야하나?
이제 25세인, 심지어 게이인 미츠이에게 육아는 완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하아아ㅡ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수차례 쓸었다.
일단은. 저 아이 미야기랑 얘기를 해보자.

푹신푹신하게 하체를 감싸는 소파의 감촉이 신기해서 미야기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넓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난생 처음보는 대형TV와 커다란 스피커, 바닥에는 보드라운 러그가 깔려있는 거실은 아이가 봐도 부잣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기에서도 뭔가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이 집 주인을 떠올렸다. 현관문을 열고 나온 남자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잘생겼다.. 였다. 그다지 긴 인생
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잘생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처음 마주쳤을 때의 그 신묘한 얼굴과 쓰레기에게서 받은 메모를 받아들고 확인할 때 잔뜩 구겨지던 표정을 떠올리자 심란해졌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역시 나가라고 하는걸까? 이제 정말 갈 곳이 없는데. 결국 고아원으로 가게되는건가.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입술을 꼭 깨물고 참았다. 이런 일 한 두번도 아니잖아. 아직 울 때가 아냐.

저벅저벅 발소리와 함께 2층에서 미츠이가 내려왔다. 미야기는 조용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를 응시했다. 미츠이는 소파에 앉아 있는 미야기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니 형이...? 아무튼 솔직히 내가 지금 좀 너무 갑작스러워서 많이 당황스러워. 미안해. 일단은 이 집에서 지내도 괜찮겠니? 너네 어머니나 그 쓰ㄹ... 아니 네 양부한테는 어떻게든 다시 연락해볼게]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남자가 이 사태의 관계자 중에서 가장 미안한 얼굴로 쩔쩔매는 모습이 미야기에게는 너무 이상하게 보였다. 낳아놓고 단 한 번도 양육자로서의 책임을 져본적이 없는, 종국에는 새까만 밤에 잘 지내렴 한마디 남겨두고 사라져버린 그 여자나 전언 한장 달랑 손에 들려서 남의 집 대문 앞에 세워둔 그 쓰레기ㅡ그 여자랑 그냥 동거만 했을 뿐이니 양부도 아니었다ㅡ나, 그 전에 거쳐간 그 여자의 남자들 그 누구 하나 이런 표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작은 가슴 속에 따뜻한 온기가 희미하게 피어났다. 이 사람의 손을 잡고 싶었다.
미야기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냐 넌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미야기의 말을 부정하는 미츠이는 가슴속에 찡한 아픔을 느꼈다. 아이의 뺨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으려 했지만 미야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곳만 주시면 제가 다 할게요. 저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해요. 그러니까 ]

아이는 양 손으로 미츠이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이 사람의 손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자존심이고 뭐고 다 제쳐두고 매달리듯 말했다.

[나 버리지 마세요]

미야기의 말에 미츠이는 울컥해서 작은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참으려고 했지만 조금 눈물이 새어나와버렸다. 무책임한 부모 탓에 이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유복한 가정의 다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미츠이는 그런 환경을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눈물샘이 이렇게 쓰린데. 가늘게 들썩이는 어깨를 작은 손이 쓰다듬는 감촉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흐느껴우는 미츠이에게 미야기는 그저 등을 쓰다듬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왜 아무 잘 못도 없는 당신이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좀 의아했지만 그것보다 오늘 처음 본 정체모를 아이를 위해ㅡ설령 그게 동정심이라 하더라도ㅡ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고마웠다. 날 위해 눈물을 흘려준 사람은 이 남자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콧날이 시큰해졌지만 미야기는 울지 않았다. 이런 일로 울기엔 그는 너무 많은 일을 겪어왔고 눈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안. 내가 어른인데 니가 더 어른같다, 야]

겨우 울음을 그친 미츠이는 약간 잠긴 목소리로 쑥스러운 듯 웃으며 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미야기는 아니에요 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미츠이는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먼저 호칭 정리를 하자. 미야기 넌 몇살이야?]

그러곤 잠깐 미야기를 훑어보더니,

[초등학생?]
[...중1이에요..!]

조금 발끈해서 한 쪽 눈썹을 씰룩이며 저도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뿔싸 했다. 하지만 그런 미야기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미츠이는 살풋 웃음을 흘렸다. 
좀전까지 울더니 지금은 이렇게 맑게 웃고 있고 참 바쁜 사람이네, 미야기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미안미안. 내가 그런걸 잘 볼 줄 몰라서]

미야기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형이나 삼촌...? 뭐 니가 원한다면 이름도 상관없고]
[이름 아직 못들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야기를 쳐다보던 미츠이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보니 내 이름이 아직이었네. 난 미츠이 히사시라고해. 25살.]
[미츠이 히사시...]

미츠이의 이름을 작게 되뇌이며 미야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요?]
[그래!]

미츠이는 나 외동이었는데 오늘 동생이 생겼네? 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여름 햇살같은 미소에 미야기의 심장이 쿠쿵 이상한 소리를 냈다. 제 가슴과 미츠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미야기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미야기]

반짝이는 미소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린 적은 처음이었다.
미야기 료타 13세 여름 생애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알았다.







◇◆◇◆◇◆◇

# 인생 3회차 미야기 료타(13)X인생 초회차 미츠이 히사시(25)
# 여기 미야기 모친은 카오루상이 아닙니다(매우 중요)
# 미츠이네 부자 설정. 준재벌 쯤 되면 좋을거같다. 일본 3대 재벌 미츠이 그룹....까진 아니더라도 ㅋㅋ
#  똥차(폐차?) 컬렉터 설정 미츠이랑 넘 잘 어울리는거 같음!
# 미야기  속으로 この人チョロい 라고 좀 생각할지도<<   산전 수전 다 겪어온 미야기 소년.



Posted by Berna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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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섭은 화가 났다.
아 왜 자꾸 이런 장면이랑 맞딱드리는건데?! 송태섭은 원망스러운듯 한 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손에 들고있는 쓰레기통을 내팽개치고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마음보다 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결말을 알고싶다는 욕구가 훨씬 앞섰다.
건물 모퉁이에 숨어있는(?) 송태섭의 시선 끝에는 같은 농구부의 한 살 위 선배가 누군가와 마주보고 서있었다. 분위기가 딱 누가봐도 고백 장면이었다.
상대방은 남학생이었다. 성별이 남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우연히 목격한 정대만의 고백받는 씬들 중 70%가 남자였으니. 고백받는 당사자도 그런 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고. 
안경을 쓰고 깨끗하고 단정한 스타일에 키는 송태섭보다 큰 듯 보였다. 젠장 하고 태섭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전체적으로 우등생의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것이 어딘가 준호선배와 비슷한 분위기의 남학생이었다.
저번에 봤던 고백씬의 상대는 건장한 야구부 부원이었다. 그 전에는 좀 놀거 같이 생긴 여학생이었고 그전에는.. 태섭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관뒀다. 완전 인간 자석.저 인간 사주 보면 도화살만 잔뜩 껴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태섭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다시 눈 앞의 장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남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정대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백의 대사를 늘어놨다. 정대만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각도상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자 잠깐의 틈을 두고 대만이 입을 열었다. 이 순간만 되면 늘 태섭의 맥박수는 인생 최대치를 찍었다.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그런데 나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 못 받아줘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상대방의 장점을 추켜세워 너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니 분명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라는 격려에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 유지 하고 싶은데 만약 니가 원하지 않으면 가능한한 피하겠다는 배려까지, 세상에 고백을 거절하는 모든 이들에게 메뉴얼 만들어서 돌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언제나 깔끔하고 완벽하다.
상대방은 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그랬구나, 부담줘서 미안하다며

[앞으로도 뭐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그리고 누굴 좋아하는진 모르겠지만 응원할게!]

라고 개운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고는 손까지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정대만도 [어 그래. 고맙다] 같이 손을 흔들며 그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이게 고백을 차인자와 걷어찬 자의 모습이라니 백호가 알면 뒤로 넘어갈 노릇이다. 그저 정말 대단한 남자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송태섭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대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길래 저렇게 다 뻥뻥 차고 다니는거지?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평소 정대만의 생활 패턴을 봐서는 누군가와 사귀고 있는것 같지도 않았다. 평일에는 늦게까지 농구 연습을 하고 하굣길은 방향이 같은 태섭과 거의 같이였다. 주말에도 종종 1on1하자든가 뭐 살거 있는데 같이 가자 든가 그런 전화가 오곤 했으니. 가끔 태웅이랑도 주말에 1on1을 하는것 같았고.  아니면 단순히 고백을 거절하기위한 핑계란 가능성도 있지만 글쎄, 송태섭이 아는 한 정대만은 그리 거짓말이 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저 정대만이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저 강력한 인간 자석을 안통하는 인간이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었다.
상대방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는 정대만을 태섭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송태섭은 정대만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 지경으로 서로 피터지게 치고 박고 이까지 날려먹고 했던 상대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태섭은 단전에서부터 기어올라오는 무거운 한숨을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내뱉았다. 여기에 이름을 갖다 붙이자면..그래, 첫사랑의 저주 같은거다. 그 날 옥상에서 그 길었던 첫사랑은 산산조각으로 박살나서 눈과 함께 녹아없어졌을터였건만 어딘가에 달라붙어 숨어있던 잔해가 어느샌가 슬금슬금 기어나와  심장에 콕 박혀버렸다. 정대만과 함께 코트에서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그의 손에서 떠난 농구공이 거침없이 링을 통과할 때마다, 그 잔해는 더 깊숙이 박혀들어가 정신차려보니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어있었다. 
체력이 고갈되어서 코트 위에서 비척이며 헐떡이는 모습마저 예뻐보일  지경이니 단단히 미쳤지 미쳤어. 누군가를 좋아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더니 큐피트의 화살을 눈깔에 쳐맞았나보다.

[어이 송태섭. 숨어있지 말고 이제 나오시지?]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게워내고 있는데 별안간 커다란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송태섭은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쓰레기통을 엎을뻔 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씨 어떻게 알았지. 이런 눈치는 빨라가지고. 멋쩍어서 뒷머리를 박박 긁으며 천천히 정대만에게로 다가갔다. 대만은 싱긋 웃었다. 그 얼굴이 눈이 부셔서 태섭은 시선을 살짝 비꼈다.

[나 있는거 알고 있었어요?]

대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요 전에도 그 전에도 있었잖아]

순간 크게 뜬 눈으로 정대만의 눈을 쳐다봤다가 바로 얼굴을 돌렸다. 뭔가 몰래 나쁜짓 했던걸 들킨 것 마냥 민망했다. 괜히 실내화 끝으로 바닥을 찼다.

[...알고 있었으면 장소를 좀 다른데로 옮기지 그래요]
[하하 그건 내 맘이고]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슬쩍 노려보니 여전히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건지 생글생글. 뭐 고백받은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일이 없긴 한가? 아직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는 송태섭은 알 길이 없었다.  
고백을 몰래 훔쳐보던 것도 다 들킨 마당에 궁금한거라도 물어보자는 심산으로

[형 진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툭 내뱉듯 물었다. 예상치못한 질문이었는지 대만은 아무말 없이 태섭을 빤히 바라보며 눈을 크게 두번 깜빡였다. 

[니가 알아서 뭐하게?]
[그냥요. 궁금해서]

진짜 궁금한건 맞으니까.

[어, 있어]

짧고 간결하고 명확한 대답이었다. 태섭의 눈을 바라보는 대만의 눈빛은 또렷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잔해가 달그락 거리며 심장을 긁어 생채기를 만들어간다. 아프다. 
그게 누군데요? 라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씹어삼켰다.  듣고 싶지만 듣기싫었다. 정확히는 무서웠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듯 흐응 그렇구나.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소각장까지 이 엉아가 같이 가주마!]

태섭의 목에 팔을 둘러오며 장난스레 무슨 선심쓰듯 말했다. 아 뭐래는거야. 팔을 내치려고 했지만 대만이 팔에 힘을 주어 버텼다. 희미하게 땀냄새가 섞인 섬유유연제의 상쾌한 향기가 태섭의 후각을 쓰다듬었다.

[쫌 가만 있어봐~ 태섭이 너 피부가 차가워서 이런 날 안고 있기 딱 좋단 말이야] 
[사람을 멋대로 죽부인 취급하지 마시죠? 난 덥다고요.]

진짜 덥다. 
맞닿은 살갗이 뜨겁다고 느끼는 것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도 분명 다 이 빌어먹을 더운 날씨 때문이다.  라고 책임 전가를 하며.
날뛰려는 심장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속으로 구구단을 외면서 진정 시키느라 머리에서 김이 날 것 같다.
너무 덥다.


〇●〇●〇


『초등학생?』

그게 첫 만남이었다.
준섭형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송태섭의 농구를 봐주었던 사람. 
짧은 1on1에서 준섭형과 겹쳐보였던 사람.
당황해서 말 없이 돌아가려는 태섭에게 또 보자고 해준 사람.
그 날 이후에도 그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다가 딱 한 번 더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아니 만났다기보다는 길가다가 그가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눈에 띄기 싫어서 입고 있던 후드티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그늘진 곳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무척 즐거워보였다. 플레이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정말 태양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뭣도 모르고 함부로 쳐다보았다간 눈이 타들어가버릴정도로 강렬한. 송태섭 자신과는 정말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가 살짝 뒷걸음을 치며 뛰어올랐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농구공을 쏴 올리는 유연한 손목의 움직임부터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농구공까지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송태섭의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그 나이 되어서 처음으로 '아름답다' 라는 형용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된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철조망을 움켜쥐고 넋놓고 쳐다보았다. 농구공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냅다 뛰었다. 심장도 함께 쿵쿵 뛰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 틈만 나면 그가 떠올랐고 그 때마다 심장이 팔딱거렸다. 어린 마음에 혹시 심장에 병이 있는게 아닐까 남몰래 걱정도 했다. 
그 걱정은 한참 후에 해결 되었다. 같은 반에서 친해진 달재에게 슬쩍 물어보니 깜짝 놀라며 『태섭아 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니?』라는 대답에 태섭은 더 놀랐다. 좋아하는 사람...속으로 되뇌이자 또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 날 처음으로 몽정이란 걸 했다.  심장병 걱정(?)이 해결되고 나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〇●〇●〇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저 인간 자석의 희생자였어! 아니다 최대 피해자 아닌가? 뜬금없이 떠오른 과거의 주마등에 발끈하여 송태섭은 칫솔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분노의 양치질을 했다.

한여름이어도 새벽은 좀 선선한 편이었다.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 김에 후딱 준비해서 일찍 집을 나섰다.  아직 밤의 장막이 채 다 걷히지 않은 길을 걸었다. 평소 역으로 가는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윽고 철제 펜스가 둘러쳐진 농구 코트가 나타났다.  걸음을 멈추고 철조망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그 때와 같은 위치 다른 높이. 철조망 너머 코트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슛을 쏘는 정대만의 모습이 그려진다. 동작 하나하나가 아주 선명하게. 어렸을 적 기억과 다른 점이라면 슛을 성공한 정대만은 송태섭을 보며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가슴을 부딪혀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 철조망 밖에 서있는데.
태섭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 때처럼 냅다 달려서 도망칠 것인지. 이 철조망을 끊어버리고 저 코트로 달려들어갈 것인지.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스스로가 감당해야한다는 것을 송태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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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を駐車場に停めて外に出た途端真夏の重苦しい空気が肺に流れ込んできて三井は大きく息を吐いた。

「アッチぃなー」

天気は快晴。透明な日差しに照らされ、たちまち玉の汗が吹き出る。眠気覚ましに噛んでいたガムをポケットティッシュに包んでゴミ箱に投げ入れてから空港の国際ターミナルへ足早に向かった。
開いた自動ドアから流れ出てくる空調の効いた涼しい空気に生き返る~とつぶやきながら中に入った。早朝なのにターミナルにはそれなりに人がいる。
ジャケットのポケットから携帯を取り出し時間を確認する。午前6時半。到着まではまだ2時間ほどある。
三井はどうすっかなーと少し悩んで、上りのエスカレーターへ向かった。出口でずっと待つのも落ち着かないし、そろそろ朝食の時間だし。カフェにでも入って適当になんか食うか。
それに何よりも、

「疲れたぁ」

肩を落としながら盛大にため息をついた。少し頭の中がぼーっとしてるのは暑さのせいではない。
昨日福岡での遠征試合後、打ち上げにちょっと顔だけ出してそのまま車を飛ばして空港へと向かってきたのだった。
12時間ぶっ通し運転はさすがにしんどいな、と三井は手の甲で額を擦りながら思った。
でも、だって。10か月ぶりに帰ってくる恋人の迎えは絶対自分が来たかったんだから仕方ない。
それに確かに疲れてるけど、2時間後宮城に会えると思うだけで自然と口元がほころぶ。
宮城に会いたい。一秒でも早く、その一心で徹夜で走ってきたんだから。

気のせいか少し軽くなった足取りで適当なカフェに入った。サラダにサンドイッチ、アイスコーヒーを頼んで窓際のカウンター席に座る。店の中は数人の客がぽつぽつと座ってるだけでどちらかというと閑散としていた。
12時間ぶりの食事に今までずっと空腹でふて寝していた胃が早く食いもん寄こせ!と騒ぎ立てる。とりあえずサラダから口に運んだ。サラダのドレッシングはさっぱりしてて口の中に広がる柑橘系の香りが暑い季節にピッタリだった。ゆっくりと目の前のものを平らげていく。最後の一口を咀嚼しながら大きい窓の外を眺める。遠くに見える滑走路にどこからか帰ってきた飛行機が着陸してるところが見えた。もうすぐあそこから宮城が帰ってくる。心臓が小さく跳ねた。
宮城に会ったらなんて言おう…とりあえず抱きしめて、やっぱここはおかえり、か?それとも会いたかった?うーんん…三井は小さく唸った。去年は泣いちまってなんも言えなかったんだっけ。
改めて思い出すとなんか一人恥ずかしくなって氷が解けて少し薄くなったアイスコーヒーを一気に飲み干した。いきなり大量に流れ込んできた液体の冷たさに体がブルっとする。お腹を擦りながら携帯を確認すると到着までまだ1時間ちょいある。そうだ、と三井は携帯を持って窓に向けて画面をタッチした。小さいシャッター音が鳴って目の前の風景が携帯の液晶に小さく切り取られる。L〇NEに切り替えてメッセージと共に写真を送った。

『待ってるぜ!』

何度もメッセージを打ち直して結局一言だけ送った。他は顔見て直接言えばいい。三井は携帯をテーブルに置いて頬杖をついてグラスに挿されたストローで溶けかけの氷を弄った。あと1時間。こういう時の時間って過ぎるのおせーんだよな。軽くため息をつく。待つのは嫌いではないけどやっぱり早く会いたいって気持ちが強くて余計時間を遅く感じる。今日はとりあえず宮城を実家に送り届けてやってそんで明日からは一緒にいられる。何しよう、あいつ久しぶりの帰国だし、先ずは…
色々考えるうちに瞼が段々重くなってくる。襲ってくる睡魔に抗おうにも徹夜の運転で疲れた頭では到底無理だった。

◇◆◇◆◇

飛行機は到着予定時刻より30分ほど遅れて空港に着陸した。

「くそ、いっつも到着遅れるし、予定時刻って意味なくね?!」

ぶつぶつ文句を言いながらキャリーケースを取り、急いで出口へと向かった。出口を出た宮城はサングラス越しに周りを見渡す。誰かのお迎えに来たであろう人達が結構いたが、

「いない…」

三井はいなかった。さっき到着してネットが繋がったとき確認したメッセージには待ってるってあったし、空港の写真も一緒だったからこっちにいるはずなのに。もしかしてトイレかなと思い、宮城は暫く出口の近くで待ったが三井は現れなかった。
おかしいと思ってメッセージを再度確認する。窓ガラスの外に見える飛行機と滑走路、あとは画面の端っこに写ってるストローの挿さったグラス。それらから推測するに、窓際にカウンター席のあるカフェという結論に至った宮城はもしかしてと思ってまずは店を探し始めた。 特徴が一致する店は2箇所しかなくすぐ大きい背中を見つけた。どうやらカウンターにうつ伏せで寝てるようだった。

「だから来なくていいって言ったのによ」

小さくため息を零す。
到着の前日福岡で試合があると聞いて迎えはいいっすよ。って言ったのに。この人ってばダメ、絶対に行くということ聞かないし。本当そういうところは頑固なんだよな。律儀っていうか。 もちろんお迎えはすげー嬉しいけど無理してほしくなかった。
キャリーケースを持ち上げで三井に近づいてそっと隣に座った。すうすうとよく寝ている。まあ、疲れただろうな。サングラスを頭にかけて同じくうつ伏せになって三井の寝顔を覗き込む。自分の腕を枕にして横向いてる三井の寝顔はどこか少年のように幼く見える。10か月ぶりに見る恋人の顔が寝顔っていうのも新鮮でいいかも、と宮城はそれを眺めながら思った。
手を伸ばし三井の頭を優しく撫でる。

「頭ちっちぇー」

本人が聞いたら「お前がそれ言う?」とツッコまれるだろうなーと宮城は小さく笑った。撫でていた触り心地の良い髪から手を動かして耳たぶに触れる。あたたかく柔らかい肉の感触が楽しくて弄り続けた。

「へぇ、くすぐってーよ、みゃぎぃ」

急にへへっと笑いとともに舌たるい言葉が小さく開いた三井の唇から零れ出た。
アンタ何勝手に夢の中の俺といちゃついてんだよ。本物はこっちだっつーの!とか心の中でツッコミながらも寝言で自分の名前を呼びながらにっこり笑う恋人がそれはもう可愛くて可愛くて脳が痺れそうになるくらい愛おしい。
宮城は今にも食っちまいたい欲望を抑えつつ、ずっと触っててちょっと赤くなってる耳に顔を近づけた。

「三井さん、朝っすよ~。起きないと」
 
耳元で低い声で優しくささやく。指で三井の顔をなぞるとくすぐったいのか、眉間を寄せるのかと思いきやまたぷふっと笑って、

「リョぉたぁ…あと5分…だけ…」

と甘えるような声で寝言を言う。その瞬間、宮城の心臓が騒ぎ出した。
なっ?!ちょ、ちょちょ、ちょっと!
起こしてびっくりさせようとしたのに返り討ちにされてしまった宮城は、顔はもちろん首までものの見事に真っ赤に染まった。
この人って本当…

「…ずるいよ、もう」

俯いて頭を掻く。
この人っていつもは宮城と呼ぶくせにベッドの上の時だけリョータって名前で呼ぶ。何でって聞いたら「なぜって…俺がそうしたいからだよ」とにんまり笑ってた。そのおかげで不意打ちを食らった今顔だけでなく下の方も爆発しそうだった。んだこれ、俺パブロフの犬かよ?!溜息か深呼吸かわからない大きく深い息を何度も繰り返して、

「ハああぁーくっそ。覚えてろよ」

宮城はまだ少し赤い顔で静かに復讐(?)を誓った。何とか落ち着かせていると隣で動く気配がする。

「っ…んん……?宮城……?」

視線を向けるとまだ眠気の取れてない色素の薄い瞳がこちらを見上げていた。2回瞬きをしてやっと眼の前の人物が宮城と認識したのか、三井の頬が緩み満開した向日葵みたいな明るい笑顔が咲いた。寝ていたせいかいつもより暖かい手が宮城の頬に添えられる。落ち着いたばかりの心臓がまた大きく跳ねた。

「おかえり」

甘い声が耳をくすぐる。
宮城は頬に添えられた恋人の手を取り手のひらに軽く口づけた。

「ただいま、三井サ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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