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특별한 날, 발렌타인 데이ㅡ.
「 딩동~ 」
현관벨을 누르며 마코토는 하루카의 이름을 불렀다. 평일 아침의 언제나 같은 목소리, 언제나 같은 풍경ㅡ이었겠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여느때처럼 대답 없는 현관문 앞에서 마코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집 뒤로 돌아가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ハル、またここに…え?」
언제나 하던대로 욕실의 문을 열었지만 욕조 안은 물조차 없이 텅 비어있었다. 어라?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옮겨 부엌을 향했다.
.
.
「ハル?」
밖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하루카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서둘러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한 손으로 가슴을 슥 쓸어내리며 가볍게 숨을 들이내쉬고는,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섰다. 막 주방에 들어가려는 낯익은 넓은 등을 향해 목소리를 던졌다.
「真琴」
긴장된 마음을 감추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부러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 하루카의 조그만 감정 기복도 금새 읽어내는 소꿉친구에게서 마음 속을 숨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등 뒤의 목소리를 향해 몸을 돌리는 마코토의 얼굴에 피어나는 아침 햇살 같은 미소를 힐긋 한 번 쳐다보곤 슬쩍 시선을 피했다.
「あ、おはよう、ハル。部屋にいたんだね。今日水風呂は?」
귓 속으로 스며드는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가 심장 박동의 리듬을 깨고 귓가를 따뜻한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상기된 피부를 감추려는 듯 하루카는 괜스레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발걸음을 휙 돌려 현관을 향했다.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짧게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며.
「...今日寒かったから」
「ああ、それもそうか。昨日すごい雪だったもんね」
금새 등 뒤로 따라붙는 목소리가 바로 옆에 나란히 선다. 한 쪽 어깨에 가볍게 와닿는 온기가 다시금 심장을 날뛰게 했다. 이대로는 시끄러운 심장 소리를 들킬 것만 같아 하루카는 슬며시 마코토가 눈치 못채게 아주 살짝 거리를 두며 가급적 고개를 다른 쪽을 향하며 걸었다.
여느 때와 별다를 바 없었을 아침 등교길이 오늘만은 다르다. 원인은 하루카도 알고 있었다.
가방 속에 든 네모난 상자――――――――――그 안에 들어있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렛.
생전 처음 만들어 본 그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존재감을 주장하여 아침부터 하루카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
원래는 발렌타인 데이 같은 것에 별 관심도 없었다. 그저 매년 이 날이 되면 모르는 여자애들이 건내주는 초콜렛을 마코토를 통해 거절하는 그냥 그런 귀찮은 날일 뿐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발단은 며칠 전 점심시간.
나기사, 레이, 하루카 셋은 옥상에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2월치고는 드물게도 봄같이 따뜻한 날이었다. 마코토는 교무실에 들릴 일이 있어 조금 늦어지고 있었다.
「もうすぐバレンタインデーだよね~マコちゃんとハルちゃんはチョコいっぱいもらうんだろうな~うらやましいぃ~」
진심으로 부러운 듯한 눈빛 광선을 보내는 나기사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도시락으로 시선을 옮기려던 하루카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나기사에게 물었다.
「...その日チョコもらうと嬉しいのか?」
「そりゃ、そうだよ!!それに大好きな人からもらえたら尚更!本~当~に~嬉しいんだろうな~ねぇ、怜ちゃん?」
찡긋하며 레이를 바라보는 나기사에게 빨개진 얼굴로 '왜, 왜 절 쳐다보는 겁니까, 나기사군" 당황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는 레이와 그걸 보고 깔깔 대며 놀리는 나기사 뒤로 한 채 하루카는 생각에 잠겼다.
.
한달 전 쯤 마코토로부터 고백 받았던 날. 그 날도 밤새 내린 눈이 새하얗게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쑥스러운지 상기된 얼굴로, 하지만 녹색빛이 감도는 눈동자로 똑바로 망설임 없이 하루카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고백의 말을 이어가던 마코토.
하루카의 대답을 듣고 글썽이는 눈동자로 만면에 환한 기쁨의 미소를 띄운 마코토의 두팔이 와락 껴안았을 때의 그 따뜻함과 안도감은 지금도 선명하게 하루카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아주던 팔의 감촉도,
귓 가에서 바쁘게 울리던 마코토의 심장 뛰는 소리도,
'고마워' '좋아해' 라고 몇 번이고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도,
서툴게 와닿았던 첫 키스의 느낌도, 전부.
그리고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것도―――――。
.
「...作ってみるか、チョコレート...」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목소리는 삐걱 열리는 옥상문 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흩어졌다. 늦어서 미안~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곁으로 다가오는 반가운 인기척에 하루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초콜렛에 대한 생각을 고이 접어 조용히 감추었다.
.
.
그리하여 마코토 몰래 만든 초콜렛이 지금 가방 안에 묵직하게 그 무게와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냥 상자와 함께 못했던 말 한마디를 같이 건네면 되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조금 원망하며 행여나 들킬까 메고 있는 가방 끈을 꼭 쥐었다.
[끼익ㅡ]
옆에서 신발함 여는 소리와 함께 투둑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하루카의 목전에도 그것이 가득 들어있는 신발함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어깨로 한숨을 내쉬며 색색의 포장들을 헤치고 실내화를 꺼내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옆을 보니 마코토가 언제 준비 한 건지 종이백에 초콜렛들을 담고 있었다.
가방 속의 상자가 덜그럭 어깨에 무겁게 매달린다. 가슴의 따끔하는 날카로운 통증에 하루카는 일순 미간을 찌푸렸다.
「...今年も多いな」
내던진 말에 마코토는 곤란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알록달록한 상자들이 담긴 종이백을 들고 어깨를 으쓱하며
「そうだね..」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갑자기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하루카도 무의식적으로 마코토를 따라 덩달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발함이 구석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코토에게 시선을 향하며 왜그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뻗어온 커다란 손이 하루카의 허리를 안아 끌어당겼다. 갑작스레 밀착된 체온에 놀란 가슴이 벌렁거린다. 하루ㅡ 하루카의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ん..ぅんん..」
부드러운 감촉이 하루카의 입술에 닿았다가 가볍게 입술을 핥고 떨어진다. 눈을 치떠 올려다보니 약간 상기된 얼굴의 마코토가 녹아내릴 듯한 미소를 지은 채 내려다보고 있다.
「ごめん、ハルがあまりにも可愛かったから、つい。教室行こう?」
하루카는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커다란 손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恥かしいやつ…)
.
.
「なんか疲れたねー。」
어깨로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며 피곤이 서린 목소리로 건네는 마코토의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틈틈이 퍼부어지는 초콜렛 공세에 지쳐있었다. 타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런 거라면 차라리 '난 이녀석이랑 사귀고 있다' 라고 공표해버리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잠깐 생각했을 정도로.
하교길에도 마코토는 종이백을 들고 있었다. 아침에 비해 꽤 내용물은 줄어든듯 했지만 아직 뭔가 들어있는 듯 했다. 하루카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마코토는 가방을 살짝 들어보이며 말했다.
「差出人がわかるものは全部返したけど、これらは誰からなのかわからなくて…だからといって捨てるわけにもいかないしな。蘭たちにでもやるかな」
「…お前が食えば?チョコ好きだろ」
하루카는 저도모르게 가시돋힌 말을 내뱉고는 금새 후회했다. 마코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건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다. 쉬는 시간 내내 각 반을 돌아다니며 초콜렛의 주인들에게 일일이 사과하며 돌려줬다는 것도.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초콜렛의 주인 보다 옆에 있는 마코토에게 원망의 화살이 향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동시에 이렇게 속좁은 자신에게도.
마코토는 하루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더니 대답했다.
「え?いやだよ。ちゃんと大好きな人が傍にいるのにこんなの食べられないよ。ハルは俺にこれ食べて欲しいの?」
「……いや…」
얼굴을 붉히는 하루카를 바라보며 마코토는 생긋 웃었다.
「でしょ? 絶対食べないから拗ねないでよ」
「拗ねてない!」
「はいはい。ふふっ」
뭐가 즐거운지 웃는 마코토를 흘겨보다가 휙 바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기된 뺨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기분 좋았다. 아직 건네주지 못한 상자가 가방 속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울어댄다. 사귀기로 한 후 키스도 여러번 했건만 3글자의 짧은 그 한마디가, 여간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서 발렌타인 데이라는 세간의 이벤트의 힘을 빌어 초콜렛과 함께 전하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타임 리미트은 한걸음한걸음 다가오고 있는데. 역시 집으로 오라고 해서 그때 주는게 나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던 중,
「ね、ハル、今日ハルんちに泊まってもいい?」
마코토의 한마디에 하루카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마치 생각을 읽은 듯한 절묘한 타이밍의 그 한마디에 하루카는 마코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あ、うん」
「うん!あ、スーパー寄らなくてもいい?」
「いい。鯖はある」
「あはは…また鯖…」
「不満か?」
「いや、いや、滅相もない」
.
.
...그렇게 말했지만 그 날 저녁 나나세가의 저녁은 ㅡ물론 고등어 구이도 있었지만ㅡ그린카레였다. 마코토는 무척 기뻐하며 하루 고마워! 맛있어!를 연발하며 두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기뻐하는 마코토를 보며 하루카도 흐믓했지만 집에 온 이후로 정신이 온통 가방 안으로 쏠려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 없는 척ㅡ하려고 애썼ㅡ했지만 속으로는 건네줄 타이밍을 계속 재고 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이 찾아왔다. 둘다 목욕을 마치고 마코토는 거실 코타츠에서 쉬고 있었다. 하루카는 차를 내가면서 속으로 작게 다짐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코타츠 위에 찻잔을 내려놓고 마코토 맞은 편에 앉았다. 하루 고마워, 잘 마실게. 하고 웃는 마코토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시선을 흘렸다. 바로 옆에 놓인 가방 안에 들어있는 상자. 손을 뻗어 가방을 열어 안에 상자를 집었다. 맨들맨들한 상자의 감촉이 하루카의 심장을 또 벌렁거리게 만들었지만, 마지막 기회다. 12시가 지나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져버린다.
「どうしたの、ハル?」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거리는 마코토를 슥 한번 쳐다보고는 가방에서 꺼낸 상자를 아무말 없이 마코토에게 내밀었다. 상자를 내미는 하루카의 두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코토는 얼굴에 파앗 환한 미소를 띄우며 두 손으로 하루카의 손을 감싸쥐었다.
「わっ、ハル、チョコ作ってくれたんだ!ありがとう、ありがとう、ハル!」
「……うん…」
넘쳐흐를 듯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어 하루카는 슬몃 고개를 숙이며 끄덕였다. 이제 한마디만, 같이 전하면 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코토에게서 수 없이 받았던 그 말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ね、ハル」
좀체 결심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하루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코토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생긋 웃으며 하루카의 손을 잡아 열린 초콜렛 상자로 이끈다. 그의 속을 알 수가 없어 하루카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あ、おはよう、ハル。部屋にいたんだね。今日水風呂は?」
귓 속으로 스며드는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가 심장 박동의 리듬을 깨고 귓가를 따뜻한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상기된 피부를 감추려는 듯 하루카는 괜스레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발걸음을 휙 돌려 현관을 향했다.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짧게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며.
「...今日寒かったから」
「ああ、それもそうか。昨日すごい雪だったもんね」
금새 등 뒤로 따라붙는 목소리가 바로 옆에 나란히 선다. 한 쪽 어깨에 가볍게 와닿는 온기가 다시금 심장을 날뛰게 했다. 이대로는 시끄러운 심장 소리를 들킬 것만 같아 하루카는 슬며시 마코토가 눈치 못채게 아주 살짝 거리를 두며 가급적 고개를 다른 쪽을 향하며 걸었다.
여느 때와 별다를 바 없었을 아침 등교길이 오늘만은 다르다. 원인은 하루카도 알고 있었다.
가방 속에 든 네모난 상자――――――――――그 안에 들어있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렛.
생전 처음 만들어 본 그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존재감을 주장하여 아침부터 하루카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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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발렌타인 데이 같은 것에 별 관심도 없었다. 그저 매년 이 날이 되면 모르는 여자애들이 건내주는 초콜렛을 마코토를 통해 거절하는 그냥 그런 귀찮은 날일 뿐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발단은 며칠 전 점심시간.
나기사, 레이, 하루카 셋은 옥상에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2월치고는 드물게도 봄같이 따뜻한 날이었다. 마코토는 교무실에 들릴 일이 있어 조금 늦어지고 있었다.
「もうすぐバレンタインデーだよね~マコちゃんとハルちゃんはチョコいっぱいもらうんだろうな~うらやましいぃ~」
진심으로 부러운 듯한 눈빛 광선을 보내는 나기사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도시락으로 시선을 옮기려던 하루카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나기사에게 물었다.
「...その日チョコもらうと嬉しいのか?」
「そりゃ、そうだよ!!それに大好きな人からもらえたら尚更!本~当~に~嬉しいんだろうな~ねぇ、怜ちゃん?」
찡긋하며 레이를 바라보는 나기사에게 빨개진 얼굴로 '왜, 왜 절 쳐다보는 겁니까, 나기사군" 당황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는 레이와 그걸 보고 깔깔 대며 놀리는 나기사 뒤로 한 채 하루카는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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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俺、ハルが好きだよ。昔からずっと』
한달 전 쯤 마코토로부터 고백 받았던 날. 그 날도 밤새 내린 눈이 새하얗게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쑥스러운지 상기된 얼굴로, 하지만 녹색빛이 감도는 눈동자로 똑바로 망설임 없이 하루카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고백의 말을 이어가던 마코토.
『ありがとう、ハル!!!!』
하루카의 대답을 듣고 글썽이는 눈동자로 만면에 환한 기쁨의 미소를 띄운 마코토의 두팔이 와락 껴안았을 때의 그 따뜻함과 안도감은 지금도 선명하게 하루카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아주던 팔의 감촉도,
귓 가에서 바쁘게 울리던 마코토의 심장 뛰는 소리도,
'고마워' '좋아해' 라고 몇 번이고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도,
서툴게 와닿았던 첫 키스의 느낌도, 전부.
그리고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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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ってみるか、チョコレート...」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목소리는 삐걱 열리는 옥상문 소리에 묻혀 허공으로 흩어졌다. 늦어서 미안~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곁으로 다가오는 반가운 인기척에 하루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초콜렛에 대한 생각을 고이 접어 조용히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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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코토 몰래 만든 초콜렛이 지금 가방 안에 묵직하게 그 무게와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냥 상자와 함께 못했던 말 한마디를 같이 건네면 되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조금 원망하며 행여나 들킬까 메고 있는 가방 끈을 꼭 쥐었다.
[끼익ㅡ]
옆에서 신발함 여는 소리와 함께 투둑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하루카의 목전에도 그것이 가득 들어있는 신발함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어깨로 한숨을 내쉬며 색색의 포장들을 헤치고 실내화를 꺼내고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옆을 보니 마코토가 언제 준비 한 건지 종이백에 초콜렛들을 담고 있었다.
가방 속의 상자가 덜그럭 어깨에 무겁게 매달린다. 가슴의 따끔하는 날카로운 통증에 하루카는 일순 미간을 찌푸렸다.
「...今年も多いな」
내던진 말에 마코토는 곤란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알록달록한 상자들이 담긴 종이백을 들고 어깨를 으쓱하며
「そうだね..」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갑자기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하루카도 무의식적으로 마코토를 따라 덩달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발함이 구석에 위치하고 있는 탓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코토에게 시선을 향하며 왜그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뻗어온 커다란 손이 하루카의 허리를 안아 끌어당겼다. 갑작스레 밀착된 체온에 놀란 가슴이 벌렁거린다. 하루ㅡ 하루카의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ん..ぅんん..」
부드러운 감촉이 하루카의 입술에 닿았다가 가볍게 입술을 핥고 떨어진다. 눈을 치떠 올려다보니 약간 상기된 얼굴의 마코토가 녹아내릴 듯한 미소를 지은 채 내려다보고 있다.
「ごめん、ハルがあまりにも可愛かったから、つい。教室行こう?」
하루카는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커다란 손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恥かしいやつ…)
.
.
「なんか疲れたねー。」
어깨로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며 피곤이 서린 목소리로 건네는 마코토의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틈틈이 퍼부어지는 초콜렛 공세에 지쳐있었다. 타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런 거라면 차라리 '난 이녀석이랑 사귀고 있다' 라고 공표해버리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잠깐 생각했을 정도로.
하교길에도 마코토는 종이백을 들고 있었다. 아침에 비해 꽤 내용물은 줄어든듯 했지만 아직 뭔가 들어있는 듯 했다. 하루카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마코토는 가방을 살짝 들어보이며 말했다.
「差出人がわかるものは全部返したけど、これらは誰からなのかわからなくて…だからといって捨てるわけにもいかないしな。蘭たちにでもやるかな」
「…お前が食えば?チョコ好きだろ」
하루카는 저도모르게 가시돋힌 말을 내뱉고는 금새 후회했다. 마코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건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다. 쉬는 시간 내내 각 반을 돌아다니며 초콜렛의 주인들에게 일일이 사과하며 돌려줬다는 것도.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초콜렛의 주인 보다 옆에 있는 마코토에게 원망의 화살이 향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동시에 이렇게 속좁은 자신에게도.
마코토는 하루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더니 대답했다.
「え?いやだよ。ちゃんと大好きな人が傍にいるのにこんなの食べられないよ。ハルは俺にこれ食べて欲しいの?」
「……いや…」
얼굴을 붉히는 하루카를 바라보며 마코토는 생긋 웃었다.
「でしょ? 絶対食べないから拗ねないでよ」
「拗ねてない!」
「はいはい。ふふっ」
뭐가 즐거운지 웃는 마코토를 흘겨보다가 휙 바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기된 뺨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기분 좋았다. 아직 건네주지 못한 상자가 가방 속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울어댄다. 사귀기로 한 후 키스도 여러번 했건만 3글자의 짧은 그 한마디가, 여간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서 발렌타인 데이라는 세간의 이벤트의 힘을 빌어 초콜렛과 함께 전하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타임 리미트은 한걸음한걸음 다가오고 있는데. 역시 집으로 오라고 해서 그때 주는게 나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던 중,
「ね、ハル、今日ハルんちに泊まってもいい?」
마코토의 한마디에 하루카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마치 생각을 읽은 듯한 절묘한 타이밍의 그 한마디에 하루카는 마코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あ、うん」
「うん!あ、スーパー寄らなくてもいい?」
「いい。鯖はある」
「あはは…また鯖…」
「不満か?」
「いや、いや、滅相もな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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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했지만 그 날 저녁 나나세가의 저녁은 ㅡ물론 고등어 구이도 있었지만ㅡ그린카레였다. 마코토는 무척 기뻐하며 하루 고마워! 맛있어!를 연발하며 두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기뻐하는 마코토를 보며 하루카도 흐믓했지만 집에 온 이후로 정신이 온통 가방 안으로 쏠려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 없는 척ㅡ하려고 애썼ㅡ했지만 속으로는 건네줄 타이밍을 계속 재고 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이 찾아왔다. 둘다 목욕을 마치고 마코토는 거실 코타츠에서 쉬고 있었다. 하루카는 차를 내가면서 속으로 작게 다짐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코타츠 위에 찻잔을 내려놓고 마코토 맞은 편에 앉았다. 하루 고마워, 잘 마실게. 하고 웃는 마코토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시선을 흘렸다. 바로 옆에 놓인 가방 안에 들어있는 상자. 손을 뻗어 가방을 열어 안에 상자를 집었다. 맨들맨들한 상자의 감촉이 하루카의 심장을 또 벌렁거리게 만들었지만, 마지막 기회다. 12시가 지나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져버린다.
「どうしたの、ハル?」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거리는 마코토를 슥 한번 쳐다보고는 가방에서 꺼낸 상자를 아무말 없이 마코토에게 내밀었다. 상자를 내미는 하루카의 두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코토는 얼굴에 파앗 환한 미소를 띄우며 두 손으로 하루카의 손을 감싸쥐었다.
「わっ、ハル、チョコ作ってくれたんだ!ありがとう、ありがとう、ハル!」
「……うん…」
넘쳐흐를 듯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어 하루카는 슬몃 고개를 숙이며 끄덕였다. 이제 한마디만, 같이 전하면 되는데,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코토에게서 수 없이 받았던 그 말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다.
「ね、ハル」
좀체 결심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하루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코토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생긋 웃으며 하루카의 손을 잡아 열린 초콜렛 상자로 이끈다. 그의 속을 알 수가 없어 하루카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これ、ハルが食べさせてくれない?」
라며 하트모양 초콜렛을 하나 하루카의 손가락에 쥐어준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보는 마코토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상체를 일으켜 손가락에 쥔 초콜렛을 그의 입으로 밀어넣는 순간,
「ぇ.....うっ.....ん」
다가온 마코토의 팔이 하루카를 끌어당겨 그대로 입술을 겹쳐왔다. 당황하여 벌어진 입술 사이로 촉촉한 감촉이 밀려들어온다. 따뜻한 그것은 하루카의 혀를 감싸안듯 천천히 얽어왔다. 마코토의 입 안에 담긴 초콜렛의 달콤함이 금새 하루카의 입안에도 퍼진다. 하나로 겹쳐진 숨결이 좀 가빠져왔을 때 마코토는 살짝 입술을 떼며 작게 웃었다.
「ハルが作ってくれたこのチョコすごく甘くて美味しい」
「はあっ.......甘いすぎ..」
「ふふ。ね、ハル……今日俺に何か言いたいことあったんじゃない?」
열기로 조금 촉촉하게 젖은 파란 눈동자가 가볍게 떨리며 동그랗게 마코토를 쳐다본다. 근거리에 있는 그의 얼굴은 어딘가 짖궂어보였지만 더할나위 없이 상냥한 표정으로 하루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해야한다. 하루카는 시선은 그대로 마코토를 향한 채 코타츠 위로 올라가 손가락을 더듬어 초콜렛을 하나 집어 입 안에 넣고 이번에는 하루카가 먼저 상체를 굽혀 마코토에게 입을 맞추었다. 서로 얽히는 감촉과 달콤함이 짜릿한 쾌감이 되어 온 몸을 가로지른다. 마코토 입 안에 밀어넣은 초콜렛이 다 녹았을 때 쯤, 타액으로 반질하게 젖은 입술을 가만히 떼며 하루카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真琴…大好きだ」
계속 입안에 맴돌던 그 한 마디가 겨우 소리가 되어 눈 앞의 연인에게 전해졌다. 한 대 맞은 듯 멍하게 올려다보던 마코토의 눈동자가 가볍게 출렁인다. 눈꼬리에 맺혀 떨어지려는 투명한 방울을 하루카가 혀 끝으로 훔쳐내며 마코토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遅くなって…ごめん」
「うっ......ハルぅ.......」
하루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작게 흐느끼는 마코토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좀 더 일찍 말해줬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면서. 고개를 숙여 그의 귓가에 몇번이고 속삭였다. 미안. 미안.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직 물기 어린 눈동자로 하루카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마코토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ごめん、嬉しすぎて涙が」
「久しぶりに見るな、真琴が泣いてるの」
「えっ、恥かしいから忘れて、ハルぅ」
빨갛게 얼굴을 붉히는 마코토를 보며 하루카가 작게 웃었다. 그의 웃는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던 마코토는 아 하고 뭔가 생각난 듯 자신의 가방을 뒤져 투명한 포장을 꺼내서 하루카에게 내밀었다.
「蘭が作ってたから、俺も一緒に作ってみたんだ。ハルが甘いものあまり好きじゃないの知ってるけど、やっぱりハルにチョコあげたくて」
뒷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하는 마코토를, 하루카는 두팔로 꼭 껴안으며 말했다.
「真琴、ありがとう」
등을 감싸오는 단단한 팔의 감촉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귓가에 울리는 두사람분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게 기도했다.
この愛しいぬくもりがいつまでも傍にいますように―――――。
いつまでもそのぬくもりの傍にいられますように―――――。
いつまでもそのぬくもりの傍にいられますよう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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