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카에 욕정중이어요 흐흣. 내가 덮치고 싶다.....(츄릅) 하루카 너무 이뽀.
막 여기저기 다치고 물에 흠뻑 젖어 축 늘어진 하루카가 보고 싶은 마음에.
좀더 천-천히. 좀더 부드럽게.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마음대로 되지 않네.
「안녕, 하루」
그렇게 말하며 소꼽친구는 등을 돌려 아무것도 없는 검은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
이름을 외쳐불러보려고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손을 들어 목을 만져보려 했지만 손 역시 움찔도 하지 않았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시커먼 늪 속에 몸이 반쯤 빠져있었다.
「……!」
뒤돌아 보지 않는 친구의 이름을 다시금 불러보려하지만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친구의 등을 조금씩 빠져들어가는 늪속에서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수 밖에.
「읏…!!!」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하루카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환해진 방안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숨소리가 울려퍼진다. 질 나쁜 악몽이다. 부엌으로 뛰쳐나가 수도꼭지를 비틀어 쏟아져나오는 차가운 물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머리카락을 적시고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이 가쁜 숨을 가라앉혀주는 듯 했다.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던 중 벽에 걸린 시계가 시야에 잡혔다. 짤막한 시침이 숫자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등교시간을 훨씬 지나있었다. 마코토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물론 왔다간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동안 멍하게 서있던 하루카는 급하게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교복을 꿰입고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심장이 기분 나쁘게 두근거렸다. 「하루, 나쁜 꿈이라도 꾼거야? 괜찮아?」라는 한마디의 말과 이마를 쓰다듬어 줄 커다란 손이 절실 했다.
딩동♪ 딩-동♪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마코토의 집은 뛰어서 3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초인종을 몇번 눌러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문을 두드리며 마코토를 불러보았지만 역시 묵묵부답. 빨갛게 된 손을 다른 한 손으로 감싸쥐며 문에 기대어섰다. 가느다란 턱선을 따라 땀이 흘러내린다. 손등으로 아무렇지 않게 훔쳐내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허탈감과 의문이 머릿속에 빙글빙글 맴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하게 그 곳에 있던 친구의 모습이 없었다. 차가운 욕조 잠겨 있을 때 내밀어 주던 커다란 손과 함께 내려오던 목소리도. 어제의 앞서 가던 마코토의 등이 아주 잠깐 눈앞에 아른 거리다가 사라진다.
「마코토......」
입 속으로 작게 되뇌어본 이름은 이내 조용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
.
수업 도중에 들어간 교실에도 마코토는 없었다. 지각에 대한 교과 담임 선생의 꾸지람을 한 쪽 귀로 흘리며 시선만 돌려 빈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주인 없는 책상은 그저 조용히 서있을 뿐, 의문에 대한 답을 주진 않았다.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 나기사들이나 담임선생을 붙들고 마코토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수업 도중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도 그렇고 담임도 나기사들도 수업 중일 터. 가방에서 꺼낸 교과서를 적당히 펼쳐두고 창 밖의 1학년인지 2학년인지 그라운드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 무리를 그저 멍하게 바라보았다. 배구 코트에서 서브 연습을 하는무리들도, 교실에 울려퍼지는 지루한 분필 소리도, 수업시간마다 꾸벅꾸벅 조는 이름 모를 앞자리 녀석도 평소와 다름 없는 광경이었지만 이상한 괴리감이 가슴을 꾹 짓눌러온다. 평소와 같지만 평소와 다르다. 아침에 꾼 악몽 때문인가. 마코토가 없이 맞이한 아침 때문인가 아니면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빈 옆자리 때문인가. 어느 것이 되었든 결국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소꼽친구로 귀결된다.
「마코토...」
그의 이름을 작게 입 안에서 속삭이듯 되뇌었다. 입 안에 감돌다가 혀끝에 내려앉는 느낌이 꽤 묵직하다. 이렇게 무거웠던가ㅡ 지금껏 수백번, 수천번 불러왔던 이름의 무게가. 마코토 마코토 마코토... 몇번이고 나지막하게 읊조려본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교과 담당 교사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하루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문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코토의 결석에 대해 담임 선생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교무실로 달려가던 중, 맞은편에서 낯익은 얼굴이 이 쪽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드는게 보였다.
「아!!! 하루짜~앙!!」
밝은 갈색 머리칼을 흔들며 달려온 나기사는 하루카의 한쪽 팔을 답싹 붙들었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를 한가득 담은 채. 뒤따라 온 레이는 하루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그래도 지금 선배한테 가던 중이었어요.」
「그것보다」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었다.
「오늘 마코토는?」
던져진 하루카의 물음에 나기사와 레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나기사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한다.
「어라? 하루쨩, 어제 못들었어? 마코쨩, 오늘이랑 내일은 뭔가 이런저런 수속할게 있다고 학교 쉰다고 했었는데?」
「외국으로 나가는 거니 이래저래 복잡하겠죠」
「그치만, 마코쨩 정말 가버리는 걸까...」
마코토의 부재와 맞물려 유학 수속이라는 말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미래를 갑작스레 눈앞에 들이민다. 다음 달이 되면, 마코토가 떠나고 나면 지금 이 광경이야 말로, 이 상황이야 말로 미래의 '평소'가 되는 것이다. 하루카의 애칭을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도, 항상 곁에서 느껴지던 온기도, 하루카의 손을 잡아주던 커다란 손도, 아이스캔디를 반쪽씩 들고 나란히 걸어가던 그림자도, 이 모든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한 미래.
『좋은 아침이야, 하루』
『하루, 다음 시간 이동 교실이야. 가자』
『또 수업 안들었지? 정말.. 그럼 안된다니까?』
『점심, 옥상에서 먹자』
『하루!』
「...루쨩! 하루쨩-!!」
「...아, 응」
붙들고 있던 팔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는 나기사의 목소리에 퍼뜩 초점이 현실로 돌아왔다. 왜 그래?라고 물어오는 나기사에게 아무것도 아냐 라고 대답하고는 하루카는 몸을 빙글 돌려 왔던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간다」
「에엣? 하루쨩 가려구? 혹시 아직 몸이 안좋은거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기사의 물음에 갈게 라고 짧게 답한 하루카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루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책상 위의 교과서를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들쳐매고 교실을 나섰다. 살갛에 달라붙는 초여름의 눅눅한 바닷바람이 오늘따라 불쾌하게 느껴졌다.덩어리 진 괴리감이 한걸음 옮길 때마다 덜그럭덜그럭 메마른 소리를 낸다.
집에 도착한 하루카는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고 땀으로 끈적하게 달라붙은 교복 역시 벗어던졌다. 욕실로 들어가 욕조의 냉수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다. 콸콸콸 쏟아지는 투명한 물을 잠깐 응시하다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바닥에서 조금 차오른 정도였지만 피부에 와닿는 차가운 물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을 조금 진정 시켜주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욕조 한쪽에 등을 기대고 깍지낀 손으로 무릎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점점 차오르는 물을 느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물이 좋다. 어느 한 구석 빠짐 없이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느낌이.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어렸을 적부터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다. 형제이자 친구같은 존재. 어떤 빈자리도 메꿔주는 둘도 없는 존재. 물은 둘도 없는 존재. 그럼 마코토는? 친구다. 소꼽친구. 상냥한 소꼽친구.
예전에도 유학을 갔었던 친구가 있다. 린. 초등학교 시절. 그 때도 지금 처럼 이런 이상한 기분이었던가? 잘 기억 나지 않아. 다만 그 때도 상냥한 소꼽친구가 쭉 곁에 있었다는 것 만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차오른 물이 욕조에서 넘치자 하루카는 천천히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잠궜다.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두손의 깍지를 풀고 물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순간 바깥 세상과 차단됨과 동시에 온 몸을 감싸는 부유감. 물에 일그러진 시야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무척 피곤하다.
『오늘 피곤했지. 돌아가면 어깨 주물러줄게』
『이제 겨울이니까 머리 잘 말리지 않으면 안되, 하루』
『하루는 머리결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만지면 기분이 좋아져』
머릿속을 유영하는 기억의 조각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조금 졸립다.
.
.
ㅡ 여긴 어디?
눈을 뜨자 눈앞에 출렁이는 새파란 수면이 보인다. 물 속. 아아 아직 물 속인가. 손을 뻗어보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팔도. 다리도.
단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서서히. 천천히. 빛이 비쳐드는 수면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전에도 몇 번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지ㅡ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였다. 어느새 가느다란 빛 한줄기만이 겨우 비쳐드는 깊이까지 가라앉아 있었다. 시커먼 심연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주위도 온통 검은 물로 꽉 차있었다. 호흡할 때마다 조금씩 검은 물이 차오른다. 꺼질 듯한 가느다란 빛의 줄기를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 꿈의 끝을. 언제나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카다란 손이 가라앉는 손을 강하게 이끌어주었다. 지금까지는 누구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원의 손길은 뻗쳐오지 않았다. 허파까지 차오른 검은 물이 숨통을 조여왔다. 괴로워.괴로워.괴로워
ㅡ도와줘―――――――――――――――――――――――――
입을 쩍 벌린 시커먼 심연이 바로 등 뒤에 있었다.
.
.
「ㅡ푸하앗ㅡ!! 읏....우.....하아....하아... 읍!」
하루카는 욕조밖으로 상체를 내밀어 검은 물을 토해냈다. 시큼한 액체가 욕실 바닥으로 약간 쏟아졌다. 어느샌가 욕조에 기대 앉은 채 잠든 모양이었다. 악몽. 또 악몽. 그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 비틀 거리며 욕실에서 나갔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릿속에 단 한가지 만이 뚜렷했다.
ㅡ얘기해야해
바닥에 흩어져있는 옷을 대충 꿰어입고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짙게 깔린 공허한 어둠을 굵은 빗줄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산을 찾고 할 경황도 없이 뛰쳐나갔다. 옷을 적시고 스며드는 빗물은 초여름이라고는 하나 비때문에 서늘해진 밤기운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비 때문에 미끄러워진 길에 몇번이고 다리가 뒤엉켜 넘어져가며 그저 한 곳을 향해 달렸다. 시골 마을이라 가로등도 드문드문 서있을 뿐이라 어두웠지만,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소꼽친구의 집이다. 몇번 넘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지만 도착했다.
현관문 앞에 서 가쁜 숨을 잠깐 가다듬었다. 눈 앞이 핑 도는 느낌이 들었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그것 보다.
「마코토!!!!!」
한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목청을 쥐어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
「하루...?」
문 너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가벼운 차림에 검은 뿔테를 낀 마코토가 열린 현관문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굉장히 오랜 시간 그리워 하던 이와 만난 것마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지끈지끈 저려온다.
자신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의 소꼽친구의 눈을 응시하며 어깨로 크게 숨을 들이 쉬었다.
「잠깐, 하루 대체 어떻게 된...」
마코토의 말이 채 끝나기전에 하루카가 달려들어 마코토의 두 팔을 밀치듯 잡았다. 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레 하루카의 힘에 밀려 마코토의 장신이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고 함께 넘어진 하루카가 그 위에 덮친 모양이 되었다. 마코토 위에 올라탄 꼴이 된 하루카는 어깨로 가쁘게 숨을 내쉬다가 양 손으로 마코토의 티셔츠를 움켜쥐고 가슴팍으로 고개를 숙였다. 물에 빠진 새끼 고양이 마냥 빗물에 흠뻑 젖어 가늘게 달달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코토는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 전에 고개를 숙인 하루카에게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지마.....」
「하루...?」
「가지마! 마코토 가지마 가지마」
「하루......」
조금 목 멘 소리로 반복되는 말. 마코토는 두 팔을 뻗어 달달 떨고 있는 차가운 몸을 안았다. 커다란 손으로 하루카의 젖은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그래 그래 괜찮아.」다른 한 손으로 얼어 있는 등을 어루만졌다. 귓 속에 사르르 녹아드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하루카는 온 몸을 묶고 있던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팽팽한 실 같은 긴장감이 탁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과 함께 온 몸이 뜨겁다는 걸 그제서야 자각했다. 상체를 일으킨 마코토의 가슴에 축 늘어져 기댄 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코토의 목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검은 물은 어느샌가 남김없이 증발해버리고 없었다.
(次、真琴side)
もっとゆーっくり。もっとやさしく。
カレが気付かないように。カレを傷つけないように。
しかし世の中はそうそう思い通りにはいかないものだ。
「バイバイ、ハル」
그렇게 말하며 소꼽친구는 등을 돌려 아무것도 없는 검은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
이름을 외쳐불러보려고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손을 들어 목을 만져보려 했지만 손 역시 움찔도 하지 않았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시커먼 늪 속에 몸이 반쯤 빠져있었다.
「……!」
뒤돌아 보지 않는 친구의 이름을 다시금 불러보려하지만 역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친구의 등을 조금씩 빠져들어가는 늪속에서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수 밖에.
「うっ…!!!」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하루카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환해진 방안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숨소리가 울려퍼진다. 질 나쁜 악몽이다. 부엌으로 뛰쳐나가 수도꼭지를 비틀어 쏟아져나오는 차가운 물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머리카락을 적시고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이 가쁜 숨을 가라앉혀주는 듯 했다.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던 중 벽에 걸린 시계가 시야에 잡혔다. 짤막한 시침이 숫자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등교시간을 훨씬 지나있었다. 마코토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물론 왔다간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동안 멍하게 서있던 하루카는 급하게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교복을 꿰입고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심장이 기분 나쁘게 두근거렸다. 「悪い夢でも見たの?ハル、大丈夫?」라는 한마디의 말과 이마를 쓰다듬어 줄 커다란 손이 절실 했다.
ピーンポーン♪ ピーンポーン~♪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마코토의 집은 뛰어서 3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초인종을 몇번 눌러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문을 두드리며 마코토를 불러보았지만 역시 묵묵부답. 빨갛게 된 손을 다른 한 손으로 감싸쥐며 문에 기대어섰다. 가느다란 턱선을 따라 땀이 흘러내린다. 손등으로 아무렇지 않게 훔쳐내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허탈감과 의문이 머릿속에 빙글빙글 맴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하게 그 곳에 있던 친구의 모습이 없었다. 차가운 욕조 잠겨 있을 때 내밀어 주던 커다란 손과 함께 내려오던 목소리도. 어제의 앞서 가던 마코토의 등이 아주 잠깐 눈앞에 아른 거리다가 사라진다.
「真琴……」
입 속으로 작게 되뇌어본 이름은 이내 조용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
.
수업 도중에 들어간 교실에도 마코토는 없었다. 지각에 대한 교과 담임 선생의 꾸지람을 한 쪽 귀로 흘리며 시선만 돌려 빈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주인 없는 책상은 그저 조용히 서있을 뿐, 의문에 대한 답을 주진 않았다.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 나기사들이나 담임선생을 붙들고 마코토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수업 도중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도 그렇고 담임도 나기사들도 수업 중일 터. 가방에서 꺼낸 교과서를 적당히 펼쳐두고 창 밖의 1학년인지 2학년인지 그라운드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 무리를 그저 멍하게 바라보았다. 배구 코트에서 서브 연습을 하는무리들도, 교실에 울려퍼지는 지루한 분필 소리도, 수업시간마다 꾸벅꾸벅 조는 이름 모를 앞자리 녀석도 평소와 다름 없는 광경이었지만 이상한 괴리감이 가슴을 꾹 짓눌러온다. 평소와 같지만 평소와 다르다. 아침에 꾼 악몽 때문인가. 마코토가 없이 맞이한 아침 때문인가 아니면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빈 옆자리 때문인가. 어느 것이 되었든 결국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소꼽친구로 귀결된다.
「真琴…」
그의 이름을 작게 입 안에서 속삭이듯 되뇌었다. 입 안에 감돌다가 혀끝에 내려앉는 느낌이 꽤 묵직하다. 이렇게 무거웠던가ㅡ 지금껏 수백번, 수천번 불러왔던 이름의 무게가. 마코토 마코토 마코토... 몇번이고 나지막하게 읊조려본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교과 담당 교사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하루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문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코토의 결석에 대해 담임 선생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교무실로 달려가던 중, 맞은편에서 낯익은 얼굴이 이 쪽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드는게 보였다.
「あ!!ハルちゃーん!!」
밝은 갈색 머리칼을 흔들며 달려온 나기사는 하루카의 한쪽 팔을 답싹 붙들었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를 한가득 담은 채. 뒤따라 온 레이는 하루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今、ちょうど先輩に会いに行くところでした。」
「それより」
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었다.
「今日真琴は?」
던져진 하루카의 물음에 나기사와 레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나기사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한다.
「あれ?ハルちゃん、昨日聞いたなかった?マコちゃん、今日と明日は何か色々手続きとかあって学校休むって言ってたよ?」
「まあ、外国に行くとなると色々あるでしょうしね」
「でも、マコちゃん本当に行っちゃうのかな…」
마코토의 부재와 맞물려 유학 수속이라는 말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미래를 갑작스레 눈앞에 들이민다. 다음 달이 되면, 마코토가 떠나고 나면 지금 이 광경이야 말로, 이 상황이야 말로 미래의 '평소'가 되는 것이다. 하루카의 애칭을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도, 항상 곁에서 느껴지던 온기도, 하루카의 손을 잡아주던 커다란 손도, 아이스캔디를 반쪽씩 들고 나란히 걸어가던 그림자도, 이 모든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한 미래.
『おはよう、ハル』
『ハル、次移動教室だよ?行こう』
『また授業聞いてなかったでしょう。もう、駄目だよ?』
『お昼、屋上で食べない?』
『ハル!』
「…ルちゃん! ハルちゃーんー!!」
「…あ、あ」
붙들고 있던 팔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는 나기사의 목소리에 퍼뜩 초점이 현실로 돌아왔다. どうしたの? 라고 물어오는 나기사에게 何でもない라고 대답하고는 하루카는 몸을 빙글 돌려 왔던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今日はもう帰る。」
「ええ?ハルちゃん帰っちゃうの?もしかしてまだ具合悪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기사의 물음에 帰る 라고 짧게 답한 하루카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루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책상 위의 교과서를 가방안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들쳐매고 교실을 나섰다. 살갛에 달라붙는 초여름의 눅눅한 바닷바람이 오늘따라 불쾌하게 느껴졌다.덩어리 진 괴리감이 한걸음 옮길 때마다 덜그럭덜그럭 메마른 소리를 낸다.
집에 도착한 하루카는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고 땀으로 끈적하게 달라붙은 교복 역시 벗어던졌다. 욕실로 들어가 욕조의 냉수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다. 콸콸콸 쏟아지는 투명한 물을 잠깐 응시하다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바닥에서 조금 차오른 정도였지만 피부에 와닿는 차가운 물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을 조금 진정 시켜주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욕조 한쪽에 등을 기대고 깍지낀 손으로 무릎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점점 차오르는 물을 느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물이 좋다. 어느 한 구석 빠짐 없이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느낌이.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어렸을 적부터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다. 형제이자 친구같은 존재. 어떤 빈자리도 메꿔주는 둘도 없는 존재. 물은 둘도 없는 존재. 그럼 마코토는? 친구다. 소꼽친구. 상냥한 소꼽친구.
예전에도 유학을 갔었던 친구가 있다. 린. 초등학교 시절. 그 때도 지금 처럼 이런 이상한 기분이었던가? 잘 기억 나지 않아. 다만 그 때도 상냥한 소꼽친구가 쭉 곁에 있었다는 것 만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차오른 물이 욕조에서 넘치자 하루카는 천천히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잠궜다.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두손의 깍지를 풀고 물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순간 바깥 세상과 차단됨과 동시에 온 몸을 감싸는 부유감. 물에 일그러진 시야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무척 피곤하다.
『今日疲れたよね。帰ったら肩揉んであげるね』
『もう冬なんだからちゃんと髪乾かさないと駄目だよ?ハル』
『ハルの髪すごくやわらかくて触ってると気持ちいい』
머릿속을 유영하는 기억의 조각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조금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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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ここはどこだ?
눈을 뜨자 눈앞에 출렁이는 새파란 수면이 보인다. 물 속. 아아 아직 물 속인가. 손을 뻗어보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팔도. 다리도.
단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서서히. 천천히. 빛이 비쳐드는 수면이 조금씩 멀어져간다. 전에도 몇 번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지ㅡ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였다. 어느새 가느다란 빛 한줄기만이 겨우 비쳐드는 깊이까지 가라앉아 있었다. 시커먼 심연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주위도 온통 검은 물로 꽉 차있었다. 호흡할 때마다 조금씩 검은 물이 차오른다. 꺼질 듯한 가느다란 빛의 줄기를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 꿈의 끝을. 언제나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카다란 손이 가라앉는 손을 강하게 이끌어주었다. 지금까지는 누구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원의 손길은 뻗쳐오지 않았다. 허파까지 차오른 검은 물이 숨통을 조여왔다. 괴로워.괴로워.괴로워
ㅡ助けて―――――――――――――――――――――――――
입을 쩍 벌린 시커먼 심연이 바로 등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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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プハアっ――!っつ、う…はあ、はぁ、うっ!」
하루카는 욕조밖으로 상체를 내밀어 검은 물을 토해냈다. 시큼한 액체가 욕실 바닥으로 약간 쏟아졌다. 어느샌가 욕조에 기대 앉은 채 잠든 모양이었다. 악몽. 또 악몽. 그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 비틀 거리며 욕실에서 나갔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릿속에 단 한가지 만이 뚜렷했다.
ㅡ言わなければ
바닥에 흩어져있는 옷을 대충 꿰어입고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짙게 깔린 공허한 어둠을 굵은 빗줄기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산을 찾고 할 경황도 없이 뛰쳐나갔다. 옷을 적시고 스며드는 빗물은 초여름이라고는 하나 비때문에 서늘해진 밤기운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비 때문에 미끄러워진 길에 몇번이고 다리가 뒤엉켜 넘어져가며 그저 한 곳을 향해 달렸다. 시골 마을이라 가로등도 드문드문 서있을 뿐이라 어두웠지만,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소꼽친구의 집이다. 몇번 넘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지만 도착했다.
현관문 앞에 서 가쁜 숨을 잠깐 가다듬었다. 눈 앞이 핑 도는 느낌이 들었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그것 보다.
「真琴!!!!!」
한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목청을 쥐어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마코토
「ハル…?」
문 너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검은 뿔테를 낀 마코토가 열린 현관문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굉장히 오랜 시간 그리워 하던 이와 만난 것마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지끈지끈 저려온다.
자신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의 소꼽친구의 눈을 응시하며 어깨로 크게 숨을 들이 쉬었다.
「ちょっ、ハル、いったいどうし…」
마코토의 말이 채 끝나기전에 하루카가 달려들어 마코토의 두 팔을 밀치듯 잡았다. 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레 하루카의 힘에 밀려 마코토의 장신이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고 함께 넘어진 하루카가 그 위에 덮친 모양이 되었다. 마코토 위에 올라탄 꼴이 된 하루카는 어깨로 가쁘게 숨을 내쉬다가 양 손으로 마코토의 티셔츠를 움켜쥐고 가슴팍으로 고개를 숙였다. 물에 빠진 새끼 고양이 마냥 빗물에 흠뻑 젖어 가늘게 달달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코토는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 전에 고개를 숙인 하루카에게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くな……」
「ハル…?」
「行くな!真琴…行くな行くな」
「ハル……」
조금 목 멘 소리로 반복되는 말. 마코토는 두 팔을 뻗어 달달 떨고 있는 차가운 몸을 안았다. 커다란 손으로 하루카의 젖은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よし、よし、大丈夫だよ」다른 한 손으로 얼어 있는 등을 어루만졌다. 귓 속에 사르르 녹아드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하루카는 온 몸을 묶고 있던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팽팽한 실 같은 긴장감이 탁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과 함께 온 몸이 뜨겁다는 걸 그제서야 자각했다. 상체를 일으킨 마코토의 가슴에 축 늘어져 기댄 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코토의 목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검은 물은 어느샌가 남김없이 증발해버리고 없었다.
(次、真琴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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