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 밖으로 구름이 짙게 깔린 회색빛 하늘에서 하얀 구름조각이 팔랑팔랑 흩날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조금씩 쌓여 제법 두껍게 깔려있는 새하얀 융단 위로 소복소복 쌓이거나 유리창에 부딪혀 희미한 얼룩을 남기며 녹아가는 모양을 쭉 말 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책상. 이미 모두 귀가한 교실에는 텅 빈 책상이 여럿 있었지만 바로 옆 자리 책상만이 며칠째 온기 없이 유난히 차갑게 식어있었다.
『하루, 집에 가자. 가는 길에 군밤 사먹을까?』
책가방을 메고 한 손을 내밀며 미소 짓던 얼굴. 상냥한 목소리. 내밀어진 그 커다란 손을 맞잡았을 때 전해져오는 따뜻함이 늘 텅 빈 마음 한 구석을 채워주곤 했다. 종종 손 잡고 가는 걸 보고 반 아이들이 반쯤 장난으로 '사내놈들끼리 왠 손을 잡고 다니냐?' 라고 했지만, 그 때마다 싱긋 웃으며
『하루가 손발이 차가운 편이야. 특히 겨울이 되면 더 심해지거든』
라고 둘러대며 잡은 손을 좀 더 밀착 시키곤 했다. 늘 꼭 감싸주던 그 커다란 손이 지금은 곁에 없다. 차가운 겨울 기운이 손가락 끝에 엉겨붙어 삐걱거리는 손을 어떻게든 움직여 가방을 메고 교실을 뒤로 했다.
흐린 날씨 탓에 벌써 어둑어둑해진 복도를 혼자 걷는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복도에 울리는 한 줄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늘 곁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머리 위에서 내려와 귓가에 머무는 기분 좋은 목소리에 알게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복도를 걸을 때 이런 소리가 난다는 걸 지금껏 몰랐으니까.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실내화를 넘어 스며드는 냉기에 어깨를 부르르 떨며 학교 현관에 다다랐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옆 칸 신발장을 쳐다보았다.
언젠가, 둘이 나란히 신발장 앞에 서서 각자의 신발장 문을 열었을 때, 마코토의 신발장에서 엷은 색의 봉투가 툭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떨어진 봉투를 집어들어보니 귀여운 글씨로 '타치바나 군에게' 라는 글자와 함께 하트 모양 스티커로 봉해져있는 편지 봉투. 마음 한 구석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을 뒤로 하고 말 없이 봉투를 마코토에게 건네주었다. 편지 봉투를 받아든 그는 곤란한 듯 눈썹을 더 축 늘어뜨리며 봉투를 바라보더니 그걸 다시 신발장으로 되돌리고 신발만 꺼내고 문을 닫았다.
『왜 다시 넣어? 안 읽어봐?』
순수한 궁금증에서 물은 말이었지만, 혹시라고 질투하는 것 처럼 들린건 아닐까, 살짝 후회가 들었다.
『응. 어차피 긍정적인 대답도 못해주는데, 그럴거면 안 읽는게 나을거 같아서. 내일 다시 돌려줘야지』
웃으며 답하고는 '얼른 가자. 하루 너 어서 물에 들어가고 싶지?' 라며 손을 꼭 잡아주었다. 따끔거리던 아픔이 어느새 두근거리는 달콤함으로 바뀌어 귓볼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슬쩍 고개를 숙이고 뒤따라 걸었던 여름 어느 날.
눈 앞에 떠오른 추억의 한 조각을 더듬다가 손을 뻗어'타치바나 마코토' 이름표가 붙은 신발장 문을 열어보았다. 며칠 전부터 주인 없는 신발장 안은 당연한 듯 텅 비어있었다.
학교 건물을 나서자 아까보다 눈발이 한층 더 굵어져있었다. 가방 안에 든 우산을 꺼낼까 하다가 관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눈 위에 뽀득뽀득 새겨지는 한 줄의 발자국. 늘 옆에서 나란히 보폭을 맞춰주며 발걸음을 함께 하던 발자국의 부재가 여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젠 익숙해져야지 익숙해져야지 몇 번이고 다짐해봤지만 이질감만이 끈질기게 달라붙을 뿐이었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서슬퍼런 겨울 바람이 가슴 속까지 몰아쳐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던 외로움을 흔들어깨운다.
『역시 겨울은 춥다, 그치?』
깍지 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건네던 말. 상냥한 미소. 따뜻한 눈빛.
『하루 추위도 많이 타는데,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이거봐, 벌써 볼이 얼어서 빨개졌네』
자신의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어 목에 감아주던 손길. 말 재주가 없어 그저 '응..'이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던 과거의 그림자가 눈 앞에 걸어가고 있다. 그의 코트 주머니 속에서 전해져오는 기분 좋은 따뜻함에 그의 향기가 머물러있는 머플러 속에서 작게 미소지었던 걸 그는 알고 있었을까. 고마워 라든가, 마코토도 감기 조심해 라든가, 좀 더 많은 말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많은 대화들을 나눴더라면 지금의 이 외로움은 좀 덜 했을까.
부질 없는 의문을 허공에 던지며 고개를 들어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송이송이 떨어지는 눈송이가 얼굴에 닿아 차갑게 흘러내린다. 새하얗게 허공으로 흩어지는 입김 사이로 자그맣게 이름을 불러보았다.
「마코토...」
눈물인지 녹은 눈인지 알 수 없는 투명한 방울이 뺨을 타고 내린다.
.
.
.
.
.
.
그날 밤
「Rrrrrrrrrrrrrrrr Rrrrrrrrrrrr」
하루카 : (전화를 받는다)
마코토 : 여보세요, 하루?
하루카 : ...응
마코토 : 혹시 자는거 깨웠어?
하루카 : 아니.
마코토 : 미안, 좀더 일찍 전화하려고 했는데 法事일이 길어져서 이제서야 시간이 났어. 거기도 많이 춥지?
하루카 : 응. 오늘 첫 눈이 내렸어
마코토 : 엣, 그래? 에에.. 하루랑 같이 첫 눈 보고 싶었는데...
하루카 : ......
마코토 : 눈까지 내렸으면 오늘 많이 추웠을텐데, 괜찮아? 감기는 걸리지 않았어? 설마 오늘도 찬물에 들어간건 아니지? 저녁은?
하루카 : ...마코토 한번에 질문이 너무 많아
마코토 : 아앗, 미안. 며칠째 하루를 혼자 두는게 걱정되서 그만.. 앗 이건 널 어린애 취급한다거나 그런건 아냐!
하루카 : 감기도 안걸렸고 따뜻한 물에 씻었고 저녁은 고등어 구워먹었어.
마코토 : 역시 오늘도 고등어였구나. 후훗.
하루카 : 마코토...
마코토 : 응?
하루카 : ..............보고 싶어.
마코토 : ....하루우.....나도 하루가 너무 보고 싶어. 내일 저녁땐 돌아가니까 도착하자마자 바로 달려 갈게!
하루카 : 응...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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